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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III)-옵티머스와 일론 머스크의 선택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22. 10. 12. 08:05

     

    가까운 미래에 AI가 탑재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실제로 주변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인천공항에서는 물건을 나르거나 청소를 하는 로봇이 수시로 돌아다니고, 거리를 바삐 다니는 배달 로봇이나 택배 로봇은 이제는 눈길도 끌지 못한다. 공장이나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페덱스의 배달로봇인 세임데이봇(Sameday Bot)도 인간들만큼이나 바쁘다.

     

    그럼에도 이번 달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옵티머스'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것이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AI 로봇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1편에서 말한 대로 옵티머스는 20년 전에 나온 '아시모'보다 크게 나아진 형태가 아니었다. 물뿌리개를 들고 손가락을 구부려 식물에 물을 주긴 했지만 그 역시 놀랄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옵티머스의 출현을 주목했다. 오로지 '판단과 인지'를 가능케 하는 AI가 장착된 로봇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2015년 서울모터쇼에서 인사하는 혼다 아시모(ASIMO) / 천지일보 사진
    2022년 9월 30일(현지시각)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옵티머스(OPTIMUS)
    옵티머스가 무대로 걸어나온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일론마스크가 지켜보고 있다.

     

    앞서 1, 2편에서 주지했듯 로봇이 만들어낼 미래에 염려하고 있는 나는 대단히 불편한 마음으로 그 공개 행사의 동영상을 보았다. 이유는 우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이중플레이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일론 머스크는 AI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15년 스티븐 호킹 박사 등과 함께 "인공지능을 가진 킬러 로봇은 원자폭탄보다 심각한 위험이므로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낸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슬쩍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 배우 겸 투자자 에쉬톤 커처, 차기 와이컴비네이터 사장 샘 앨트 등과 함께)  AI를 개발하는 인공지능 회사 비카리우스(Vicarious)에 4천만 달러(약 433억원)투자했다. 알다시피 일론 머스크는 억만장자 기업인이다. 그는 말 또한 청산유수인지라 그전에도 곧잘 자신의 이중플레이를 합리화시키는 말들을 쏟아내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는 MIT대학 강연에서 인류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심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국가와 세계적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전에도 그는 이와 같은 이중플레이를 벌인 적이 있다. 나는 그때도 그것을 지적했는데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와 도지코인')

     

    2021년 2월 8일,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 테슬라가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밝히면서(일론 머스크는 그에 앞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트윗을 올리며 군불을 땠다)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따라 투자한 덕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때 어떻게 했을까? 물어보는 놈이 병신일 터, 그는 당연히 고점에서 자신의 비트코인 2억7200만 달러 어치를 내다 팔았고 1억100만 달러의 차익을 실현했다.(결과적으로 그는 15억 달러를 28억 달러로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소액투자자들은 난리가 났고, '일론 머스크=쌩양아치 사기꾼'의 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4월 말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테슬라는 순이익으로 4억3800만 달러(약 4900억 원)를 기록하며 7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는데, 이중 1억100만 달러(약 1122억원)는 비트코인을 팔아 번 돈이었다. 즉 테슬라는 전체 순익의 약 25%가량이 비트코인을 처분해 거둔 수익이니 자동차를 팔아 번 수익보다 훨씬 짭짤했던 셈이다.(그럼에도 테슬라 측은 "우리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했을 뿐"이라는 개소리를 해댔다)

     

    비난이 높아지자 일론 머스크는 "나는 먹튀가 아니다. 나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으며 비트코인의 현금 유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10%를 판 것일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댔는데, 그는 5월 들어 진짜 개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달을 향해 짖는 개" 그림과 함께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글을 올리며 도지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띄웠는데, 그때까지도 도지코인은 장난 삼아 만들어진 문자 그대로의 '개코인'이었다. 

     

    솔직히 암호화폐는 워낙에 도깨비 같은 것이라 '도지코인' 거래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실제적으로 개도 안 물어갈 코인을 일론 머스크는 개 같이 긁어모았는지 슬슬 연막을 피우더니 다시 트위터에 "The Dogefather , SNL May 8"이라는 글을 올리며 도지코인을 또 한번 급등시켰다. 미국 NBC방송을 대표하는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진행자로 5월 8일 나설 예정의 자신을 '도지파더'라며 도지코인과의 연관성을 부각한 것이었다.

     

     

    머스크의 트위터와 급등한 도지코인 가격
    어쨌든 우린 승자! / 당신들이 패한 이유: 도지코인을 과소평가한 죄!

     

    AI 로봇 옵티머스를 만든 그는 또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 X의 CEO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라고 하면 전기 자동차 테슬라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는 스페이스 X를 테슬라보다 2년 먼저 창업했고, 직접 CEO를 맡아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꿈은 인구 200만 명의 화성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02년 6월 스페이스 X를 설립하였다. 스페이스 X는 2007년 직원이 6000명으로 불어나는 괄목할만한 성장이 이루더니 2020년 5월 30일, 미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드디어  유인 관광우주선인 크루드래건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2021년 5월 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텍사스주 코바치카 발사장에서 시제품 '스타쉽 SN15를 이륙시켜 약 10km 고도까지 올린 후 다시 성공적으로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2020년부터 4개 모델 SN8, SN9, SN10, SN11이 연이어 실패한 후 이룬 쾌거라서 더욱 기뻤을 것이다. 스타쉽은 스페이스X가 달과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개발 중인 길이 50m, 지름 9m의 유인 왕복선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2021년 첫 시범 비행을 거쳐 2023년 달 여행을 목표로 하는 스타쉽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봤지? 또 해냈어."
    일론 머스크가 스타쉽 이착륙 성공후 스페이스X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상과학만화 같은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그때 머스크가 달착륙선에 덜떨어진 AI 로봇을 태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달과 지구의 평균거리는 약 38만4,400km로 다른 천체에 비할 수 없이 가깝지만, 그리고 태양과의 거리도 지구-태양 간 거리와 비슷하지만 환경은 크게 다르다. 일례로 달의 온도는 낮에는 130~150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에는 영하 150~170도까지 내려간다. 설령 물과 공기가 있다 해도 인간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로봇은 어느 정도 적응이 가능하리라 본다. 일론 머스크가 충분히 욕심을 부릴 만하다.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화성은 더 최악이다. 화성의 표면 평균온도는 영하 63도로 인간이 살만(?)하지만 영화 '마션'에서처럼 감자의 생육이 가능한 낭만적인 땅이 아니라 끊임없이 붉은 모래폭풍이 이는 불모의 땅이다. 대기는 95%가 이산화탄소이며 나머지는 아르곤과 질소 등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산소는 겨우 0.146%만 존재한다. 다만 여기도 로봇은 활동 가능하니 1997년에는 박영호 박사가 만든 탐사로봇 소저너가 화성 바닥을 누빈 적 있고,(☞ '퍼시벌 로웰과 화성의 운하') 지금도 퍼서비어런스가 활동 중이다.(☞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과 아폴로 우주선 달착륙 비교') 로봇을 필요로 하는 곳은 달보다는 화성일 수 있다. 

     

     

    "화성 법을 따로 만들 거야."
    일론 머스크가 지향하는 2050년의 화성 시티
    화성의 일론머스크와 그의 조력자들
    갑자기 궁금해진 화성의 위성
    화성의 위성은 포보스와 데이모스 두 개이다. 두 위성 모두 1877년 8월 발견됐으며 마르스(화성)의 두 아들 포보스(공황)와 데이모스(두려움)의 이름을 붙였다. 크기는 지구의 달(지름 3474 km)보다 훨씬 작다.

     

    앞서 2편에서 초(超) 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로봇의 자기 진화나 오작동보다 그것을 조종하는 빌런이 더욱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와 같은 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큰일 난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그것이 어떤 일인가에 대해서 1979년 리들리 스콧이 예시한 바 있다. 그는 영화 '에일리언'을 만든 감독으로, 저급한 외계인 영화가 범람하던 시대에 SF 영화의 차원을 바꾼 위대한 감독이라는 평을 얻은 사람이다.

     

    *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작품성으로서 미 국회 도서관 영구 보존작으로 선정됐다. 단언하거니와 앞으로 당분간은 '에일리언'을 능가할 만한 외계물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며, 영화 속 에일리언은 인류가 만든 괴생명체 가운데 가장 그로테스크하고 창조적이며 또한 가장 압도적인 괴물이다.  

     

    영화의 무대는 지구에서는 귀한 희토류 광물 2000만톤을 싣고 돌아오는 거대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The Nostromo)이다. 영화는 이 우주선의 승무원 7명이 프로그램된 컴퓨터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중의 한 사람인 2등 항해사 에렌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이다. 그들은 혹성 LV-426을 지날 무렵 지적생명체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전자신호를 감지한다. 이에 3명의 승무원이  LV-426에 상륙하는데, 뜻하지 않게 그중의 한 명이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를 달고 오게 된다. (달라붙어 처지가 곤란한, 크기와 모양이 흡사 홍어에 게 발이 달린 듯한 괴물)  

     

    리플리는 다른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동안의 외부 격리와 검사를 주장하지만 승무원 애쉬가 일방적으로 문을 개방함으로써 의문의 외계생명체는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것으로써 사건이 시작된다. 그 괴생명체가 급성장을 하며 승무원들을 해치게 되는 것이니 바로 에일리언이다. 그리고 그  에일리언을 보호하려는 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우주선 출입문을 개방한 애쉬였다.

     

    사실 그는 광물의 채취 외에 외계생물체의 채취를 목적으로 탑승한 사이보그 쪽에 가까운 로봇이었다. 로봇이기에 회사의 위험천만한 지령이 거부감 없이 입력될 수 있었고 맹목적으로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혹시 영화를 봇 보신 분은 아래의 영상을 꼭 보시길 바란다) 내가 염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어떤 빌런이 제 목적을 위해 다수의 희생양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빌런이 원하는 것은 외계생명체인이든 다른 것이든 인류에게는 모두 해가 되는 것이기에.....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 호
    노스트로모 호와 LV-426 행성
    LV-426 상상도 / 토성형 행성 칼파모스를 공전하는 세 위성 중 가장 안쪽을 도는 위성으로(화살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켈론(Acheron)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위성 중 가장 안쪽에 위치했음에도 행성과의 거리가 멀어 표면은 아래와 같이 어둡다.
    LV-426의 표면
    승무원이 달고 온 괴생명체와 이것을 보호하려는 1인
    승무원 애쉬의 정체

    Alien (1979)
    우리 말 해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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