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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VI) ㅡ 인천시립박물관의 중국 종과 강화 전등사종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6. 26. 07:40
인천시립박물관 옥외에는 특이하게도 중국제 범종 3점이 전시돼 있다. 이 범종들은 제작 시기가 송(宋)·원(元)·명(明)대로 각각 다르지만, 몸통에 띠를 두른 듯한 돋을 선과 꼭대기의 쌍룡 용뉴(종을 매다는 부분), 그리고 아래로는 파상형(波狀形) 치마형상 등 전형적인 중국종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누가 봐도 중국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종들이 왜 한국에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중 송나라 것과 원나라 것은 초대 관장 이경성이 1946년 미군 트럭을 빌려 부평육군조병창에 방치됐던 종을 싣고 온 것이다. 조병창은 인천 부평구 부평1동과 산곡동 아파트단지 자리에 있던 일제의 군수기지로서, 무기 제조 공장이 있었다. 강화 전등사의 종도 이곳에서 가져온 것으로서, 해방 후 전등사 주지스님이 일제에 의해 공출당한 전등사 종을 대신해 중국 허난성 백암산 숭명사의 종의 걸게 되었고, 그리하여 보물(제393호)까지 된 경우다. (☞ '종의 기원 I ㅡ전등사·현등사·화계사의 종')
부평조병창에 중국종에 놓여 있던 이유는 일제가 무기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 중국 여기저기서 집어온 종이 종전(終戰)과 함께 남겨진 것으로, 태평양 전쟁 말기, 전력의 열세에 여러가지 형태로써 광분하던 일제의 광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중 녹여져 무기가 되지 않은 종 3개가 현재 인천시립박물관 마당에 놓이게 된 것이고, 또 전등사에 걸리게 된 것이다. 전등사 종은 인천시립박물관의 송나라 종과 마찬가지로 북송 때 제작되었으며 크기는 그보다 작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전등사 종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으나 인천시립박물관의 3점은 보물로 미지정된 것은 물론이요 아무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다가 근자에 겨우 인천유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 국보, 보물과도 비교할 수도 없는 등급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종이 전등사 종보다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모두 같은 중국 특유의 철종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반면 한국은 동종이다) 달리 부서지거나 망가진 것도 없다. (오히려 크기는 더 크다) 이 괴리에 대해 납득할 설명이 가능한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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