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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인선 협궤열차 II ㅡ 마지막 남은 역사(驛舍) 송도역
    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6. 20. 17:16

     

    수원~인천 간 협궤열차로 운행되던 수인선은 일제가 서해안 소금 등을 운송할 목적으로 만든 철도로서, 1937년부터 1995년까지 약 50년간 운행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사라진 철도가 지금도 회자됨은 그것이 보기 드문 협궤열차(궤간 762mm)로서, 괜한 귀여움과 낭만이 동반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기존 궤간인 1453mm를  벗어나 협궤로 만들어진 이유는 사실 낭만과는 거리가 있으니 그저 신속·저렴한 쪽을 택해 가설했음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수인선은 '꼬마열차'로서 사랑받았고, 그러한 만큼 그것이 사라질 때는 아쉬움도 컸다.

     

     

    옛 수인선 협궤열차의 상징 같은 사진

     

    그 열차 구간이 근자 들어 부분별 공사로서 단계별 개통했고,(2012년 6월 오이도~송도 개통)  2020년  9월 12일 옛 수인선 구간 전체가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으로서 완전 개통되었다. 그러면서 "추억의 옛 수인선이 25년 만에 완전부활되었다"는 과장 보도도 있었으나,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은  복선화된 전철로서 서울 청량리역~ 인천역, 인천역~수원역의 구간에 옛 수인선의 구간이 포함돼 있다는 것 외에는 상관성이 희박하다. 물론 협궤열차도 아니다. 

     

     

    수인선 노선도

     

    차제에 살펴보니 옛 수인선 구간에 있었던 그 많은 역사(驛舍)들도 모두 사라졌다. 20개 이상이나 되었던 역사를 싸그리 철거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옛 역이 없어지고 새로운 역이 생긴 곳도 있는데, 사실 구 역사의 철거는 당연한 일이다. 필요가 없는 마당이니.... 하지만 옛 경춘선 화랑대역이나, 중앙선 능내역처럼  추억의 장소 하나쯤은 남겨 놓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추억의 철도 수인선' 운운했지만 정치꾼들의 구호처럼 공허했다는 얘기다. 

     

     

    사라진 원곡역 / 인문교양 에세이스트 마하님의 포스팅임.

     

    그런데 아직은 유일하게 남아 사라질 날을 기다리는 폐 역사가 하나 있다고 해 찾아나섰다. 다름 아닌 송도역이다. 송도에 대해서는 앞서 '인천 송도 신도시와 일본 순양함 마츠시마호'의 내용을 옮겨 싣기로 하겠다.

     

    ....인천 월미도의 영화는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며 급속히 가라앉았다. 일제는 1940년대 들어 월미도에 군함 저탄장(석탄창고)과 기름 저장탱크 등을 만들었고, 유락시설이 군사 목적으로 쓰이면서 월미도는 더 이상  휴양지가 될 수 없었다. 대신 그 기능을 송도가 대신하게 되었으니 인천 관광산업의 축은 1937년 개통된 수인선을 따라 송도유원지로 옮겨졌다. 송도유원지에는 수위조절이 가능한 수문개폐식 인공 해수욕장이 조성됐고 기타 유락시설이 줄지어 들어섰다.

     

    그렇지만 송도유원지 역시 제2차세계대전이 격화되며 경기가 급랭 됐고 이에 일제가 계획했던 송도종합휴양지 개발사업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이 계획을 대한민국 정부가 이었으니 송도유원지는 1961년 11월 국가지정 관광지가 되며 다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인천시도 명성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1972년 유원지 일대 4만3천554㎡를 매립해 조성한 인공해변에 모래를 붓고, 오락시설과 방갈로, 보트장, 기타 해수욕 편의시설을 갖춘 현대식 놀이공원을 조성했다.....

     

    그렇게 조성된 송도유원지는 이후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해 사시사철 불야성을 이루었다. 하지만 80~90년대 들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전국에 관광지 개발 붐이 일며 송도유원지도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줄어든 관광객으로 인해 놀이동산 시설 등에서 적자가 이어지자 2011년 결국 폐장하기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부터 따지자면 72년 만의 폐장이었다. 과거 물놀이를 했던 해수욕장 수면은 매립되어 지금은 수출용 중고자동차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각지의 유람객이 몰려들던 송도역은 이보다 앞선 1995년 수인선의 폐선과 더불어 문을 닫았고, 지금은 밀림 같은 숲 속에 마치 흉가와 같은 모양새로 철문을 굳게 잠구고 있다. 주변은 공사 가림막이 둘러처져 접근을 막는데, 까닭에 멀리서 바라보는 역사건물은 마치 고생에 찌든 옛 사랑의 얼굴을 보는 듯 애잔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언뜻 처연함마저 이는 저 건물이, 마지막 남은 수인선 역사(驛舍)로서, 옛 연인의 마지막 남은 추억의 장소로서 부활되기를 희망해 본다. 

     

    * 옛 송도역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물었는데, 남녀노소 한결같이 친절했고 그중에는 옛 역사에 대해 생명을 잃어가는 생명체를 대하는 듯한 안타까움을 보인 분도 있었다. 송도역이 부활되어야 할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 주변에는 옛 백제사신들이 배를 타고 중국을 드나들었다는 한나루(능허대), 인천시립박물관, 옛 채석장으로 쓰이던 석산, 구한말 서울에 집입하려는 침입선을 막기 위해 설치한 호구포 논현포대, 아암도 해안공원 등 문화벨트로 엮을 수 있는 콘텐츠도 풍부하다

     

    옛 송도역  사진
    숲속의 옛 역 / 현 송도역과 6분 거리이나 찾기는 쉽지 않다.
    부근의 수인선 옛 급수탑
    지금의 송도역
    한나루로, 시립박물관 표지판
    정식 위치는 '비류대로'로서 백제 느낌이 물씬하다.
    옛날 포구였던 능허대 (한나루)
    능허대에 재현된 백제의 배
    능허대 정자
    능허대 터 표석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이기도 했던 석산 / 연수구청 제공
    연주회가 열린 날 / 한국경제신문 DB
    호구포 논현포대 (정면)
    호구포 논현포대 (배면)
    포구
    포대와 대포
    청동대포와 중포
    지명 안내문
    <경인일보> 1980년대 송도역 사진 / 역사가 사용될 때의 사진이다.
    <경인일보> 2016년 송도역 사진 / 폐사되었을 때의 사진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수인선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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