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3. 8. 4. 05:03
현명한 사람은 사전에 깨닫고 평범한 사람은 사후에 깨달으며 어리석은 자는 사후에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때로는 연구도 하는 이유는 비슷한 역사적 사례로부터 깨달아 현명한 사람이 되고자 함이니 못해도 평범함 정도는 지향한다. 하지만 때로는 과거의 사례를 알고도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작금의 철근 누락 LH 아파트 사태가 바로 그와 같은 경우이다.
1970년 유명한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이 일어났다. 완공 4개월 된 19개 동으로 이루어진 와우시민아파트 단지 내의 15동 아파트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이 사건으로 15동 아파트 입주민 33명과 그 아래 주택에 살던 주민 1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당하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장소는 서울 마포구 창천동 지금의 와우공원이 있는 자리였고, 때는 1970년 4월 6일 아침 6시 30분으로, 꿈에 부풀어 입주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왜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을까? 이유는 단순하고도 어처구니 없다. 아파트 공사에 들어갈 철근 개수를 1/10 이하로 줄여 시공했던 것이었으니,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자리에 겨우 5개만을 넣고 시멘트 함량이 한참 부족한 불순물 콘트리트로 버무렸던 기둥이 온전히 서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터파기도 제대로 하지 않은 기초 위에 올려진 건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상징후는 무너진 15동 아파트가 아닌 그 옆 14동에서 먼저 발생했다.
하중을 못이긴 아파트 기둥에서 균열과 콘크리트 박락이 발생하고 건물이 크게 흔들렸던 것으로 놀란 입주민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하지만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15동 아파트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무너졌다. 아래 한 장의 사진은 이상의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 그 아래 사진은 이와 같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진행되었나 하는 것을 보여준다. 아침을 먹으려고 밥솥 안의 밥을 그릇에 옮겨담으려는 순간 변고가 들이닥쳤음이었다.
사고는 대룡건설이라는 무허가 건축회사가 짓던 13~16동 공구에서 생겼다. 당시 서울시가 서민아파트를 '싸게 싸게', '빨리 빨리' 짓고자 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하도급과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며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인데, 대룡건설 대표 박영배는 징역 5년에 처해졌고 관계자 3명이 1~3년의 징역형을 받았으며, 밀어붙이기 행정으로 '불도저 시장'의 별명을 갖고 있던 김현욱 서울시장은 경질되었다.
이상의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은 붕괴를 제외하고는 현재 진행중인 파주 운정지구, 양주 회천지구, 남양주 별내지구의 무량판 주차장 철근 누락 LH 아파트 사태와 판박이다. 서민형 아파트를 짓고 있는 이곳의 시공업자들은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 건설비 보존을 위한 대책으로써 철근의 갯수를 줄여 시공한 것인데, 감리조차 알고도 묵과했다 하는 바, 건설사, 설계사, 감리사, LH, 관계 공무원 악마들이 모두 연루된 뚜껑 열린 복마전의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상황이다.
'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창과 별기군 훈련소가 있던 평창동 (2) 2023.08.15 현통사 백사실 계곡의 꼴불견 (0) 2023.08.13 규장각 검서관 청장관 이덕무 (0) 2023.08.03 마포 광흥창과 청장관 이덕무 (2) 2023.07.31 절두산 성지 남종삼 순교비· 남상교 청덕거사비· 상산군부인 송씨 묘비· 해운당대사 의징지비 (2) 202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