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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인천 조선식산은행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3. 8. 7. 21:33
조선식산은행은 1918년 10월, 대한제국 말기에 설립된 한성농공은행 등 농공은행 6개를 강제합병해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합병의 표면상의 이유는 산업개발자금의 원활한 확보와 대출이었다. 이 통합을 주도한 주체는 조선총독부였고 이후 조선식산은행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지배를 받으며 일제의 한국경제침탈에 첨병 역할을 하였다. 까닭에 피수탈국인 한국으로 보자면 동양척식주식회사만큼의 아픔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곳이다.
조선식산은행 인천지점은 1919년 5월 인천 중앙동 4가 7번지에 위치한 아키다 상회건물(현 중화루)에 설립되어 5년간 영업하였으며 1925년 12월 현 해안동 4가 1번지에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해방 후에는 1965년까지 한국은행 인천지점으로 사용되다 사라졌는데, 언제 철거됐는지 시기조차 불분명하다. 조선식산은행 인천지점은 1936년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으로부터 서울, 부산지점을 포함한 전국 9개 지점을 양도받아 덩치를 불렸다.
이는 한마디로 일제의 조선 수탈이 가속화되었음을 의미하는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벌인 일이기도 하다. 그 역사적 아픔의 흔적이 대구, 여수, 원주 등지에 남아 역사가 되었고, 충주 식산은행 건물도 찬반 논란 끝에 보존이 결정되었지만 인천 식산은행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는 듯하다. 만일 보존됐더라면 근방의 개항기 유적들을 연결하는 문화벨트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했을 터, 아쉽기 한량없다.
인천 식산은행에 지점을 빼앗겼던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은 건재해 지금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제18은행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활동하던 상인들이 1877년 18번째로 세운 국립은행으로 일본은 은행을 세우면서 설립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은 해외에 세워진 최초 지점이기도 하며,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때는 1890년 10월이다. 안에는 당시에 쓰였던 거대한 금고 자리가 보존돼 있는데, 바로 앞에 폭풍 에어컨이 있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은 남극대륙 지점에 와 있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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