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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의 실상을 증언하는 노동당사와 철원역사문화공원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3. 10. 16. 20:22
철원은 앞서 말한 김화와 마찬가지로 한군전쟁 때 치열한 전장(戰場)이었던 곳이다. 그래서 옛 건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그러한 가운데 비록 외벽뿐이나마 노동당사가 건재함은 놀라운 일이다. 알다시피 철원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남북이 분단될 때 북한으로 들어갔던 곳이다. 철원읍 관전리(官田里)의 노동당사는 1946년 초 빨갱이들이 시공해 그해 말에 완공한 러시아식 건물로서 1850㎡의 면적에 지상 3층의 무철근 콘크리트조 건물로 지었다.
현재 2층과 3층이 내려앉는 바람에 허물어져 외벽 골조만 남았는데, 오래전 국정교과서에 실렸을 때도 이 모습이었으니 꽤 오래 버틴 셈이다. 그래서 빈번하게 보강공사에 행해진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공사 중으로 2024년 11월 준공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1층 내부에 남아 있던 각 방 격벽의 흔적이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재 보수 후의 현장에 가보면 때 과거의 속더께가 지워지고 말끔히 단장된 장소로 출현할 때가 허다하다. 보기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역사는 사라진 셈이다. 이번에도 흉물스러운 그것들을 지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관상으로는 안 좋을지 몰라도, 한번 끌려가면 나오기 힘들고, 풀려나오더라도 반병신이 되었다는 그 무시무시한 역사가 배어 있는 불행한 방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이 외벽이나마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은 처음부터 견고하고 지은 까닭이니, 빨갱이들이 건물을 지을 때 성금의 구실로 1개 리당 200가마의 백미를 착취해 건축비에 충당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력과 장비 또한 강제 동원당했는데, 건물 내부 작업 때는 비밀유지를 위해 공산당원 이외에는 동원하지 않았다고 한다.그럼에도 돌아온 것은 조선 말기 때와 전혀 다름없는 수탈과 착취뿐이었다. 거기에 전에 없던 사상 검증까지 행해져 고문과 학살이 다반사로 행해졌으니 당사 뒤편 방공호에서는 훗날 수많은 인골과 머리카락, 실탄, 사람을 묶었던 철사줄 등이 발견되었다. 이것이 지상낙원이라 외치던 빨갱이 나라의 실상이었다.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의 이 조선노동당사는 빨갱이들의 지상낙원에 남은 당시의 건물로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22호로 지정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철원 일대의 건물이 전투의 여파와 미군 폭격으로 모두 파괴됐음에도 유독 노동당사 건물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얼음창고, 철원 농산물검사소, 식산은행 철원지점 등도 겨우 형체만 유지된 채 살아남았다. 하지만 노동당사와 나란히 서 있던 청원지방법원, 철원경찰서, 강원도립 철원의원, 철원군청, 철원공립보통학교 등은 파괴되었고, 조선식산은행 부근에 있던 철원금융조합, 철원읍사무소, 철원제일교회, 철원극장 등도 소실되었다.
이중 철원극장 등의 건물이 2022년 7월 노동당사 앞에 조성된 철원역사문화공원 내에 복원되었다. 철원역사문화공원은 전쟁 전 은성했던 인구 7만의 철원읍을 부활시켜 역사성을 살리고 관광상품화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나, 흡사 드라마세트장과 같은 형태로 꾸며진 까닭에 취지와 노력이 무색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썰렁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볼거리는 있다. 이를테면 당시 최신식 건물이었던 철원극장과 그 옆에 세워진 오포탑(午砲塔)과 같은 시설이다. 오포는 오정포(午正砲)의 줄임말로, 1908년 4월 1일 일본 통감부가 한국의 오전 11시를 일본과 같게 12시로 조정하며 포를 쏘아 정오를 알리는 신호로부터 유래하였다. 이후 포는 사이렌으로 바뀌었는데, 특히 철원지방에서는 비행기 공습을 알리는 용도로도 이용되었다.
옛 철원역이 볼품없이 복원된 역사(驛舍)에서는 근방 소이산까지 운행되는 모노레일이 출발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역시 수리·점검 중이라 이틀간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소이산 정상에서 보는 철원평야가 일품이라 들은 바 있어 별 수 없이 걸어 올랐다.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이 중공군 총사령관 팽덕회에게 철원평야만큼은 꼭 지켜달라고 했다던 (북한에는 이만한 곡창지대가 드문 까닭에) 바로 그곳을 보기 위함이었다. 오르는 길은 아직도 전쟁 중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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