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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지구의 삼손과 유대인 미국여배우들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3. 11. 10. 02:17

     

     
    지금 이스라엘과 전쟁이 한창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해서는 ' 삼손의 힘은 어디서 왔는가?를 비롯한 여러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그중 삼손의 이야기를 중복해 다룬 것은 이스라엘 사람인  그가 옛날옛적 자신의 괴력을 바탕으로 블레셋 사람, 즉 팔레스타인인과 일당백의 전투를 지속하다 장렬한인 최후를 맞이한 성서 <판관기>의 흥미로운  내용 때문이었다.
     
    그 속에서 삼손은 들릴라(데릴라)라는 아름다운 블레셋 여인에게 미혹되어 자신의 괴력의 비밀을 밝히고 그 여인에게 머리털이 잘린 후 두 눈이 뽑혀 투옥됐다가 신전을 밀어 무너뜨리고 자신을 조롱하던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는데, 그가 끌려가 죽은 곳이 바로 가자지구이다. 그 가자지구의 역사적 유적은 19세기말 프랑스인 샤를 클레르몽-가뉴 이래 여러 차례 발굴이 이루어졌으나, 삼손이 무너뜨린 당시의 신전 유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영화 '삼손과 데릴라' 속 괴력의 원천인 머리카락을 잘리는 삼손. / 이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저들과 함께 죽게 해달라는 마지막 기도를 올린 삼손은...
    결국 신전을 무너뜨리고 다수의 블레셋인과 함께 죽는다.
    가자지구, 삼손 시대의 블레셋 유적

     
    가나안(현 팔레스타인) 땅의 이스라엘 민족은 기원 5000년 이전부터 그 땅에 정착해 살았지만 오랫동안 이집트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 기원전 12세기경 신이집트가 쇠락한 후 팔레스타인 땅에는 해양민족의 일파이자 현 팔레스타인 지명의 어원이 된 필리스티아(블레셋)인들이 상륙해 정착하였다. 북쪽의 이스라엘 왕국과 경쟁하던 필리스티아인들은 가자 ~ 자파 해안에 걸쳐 5개의 도시, 즉 펜타폴리스(가자, 아슈켈론, 아슈도드, 에크론, 가트)를 건설하였는데, 가자는 그중 가장 큰 도시였다.

     
     

    이집트 람세스 3세의 장제전에 그려진 블레셋인
    블레셋인이 점령한 가나안의 주요 도시

     
    이후 그들 두 민족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지루한 생존전쟁을 벌이다 로마제국에 복속돼 지배를 받게 된다. 하지만 유일신 여호와 신앙에 입각한 이곳의 이스라엘 지역 사람, 즉 유대인은 서기 70년을 전후하여 독립운동을 벌였다. 이에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는 장시간에 걸쳐 유대 반란을 진압하였으나 이후 다시 서기 114년과 132년에도 반란이 일어났다. 이에 로마는 시끄러운 유대인들을 자국의 영토에서 영구히 추방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되니, 이른바 유대인 2천년 방랑의 시작이었다.
     
    이때 팔레스타인 땅의 블레셋인은 추방에서 제외되었다. 그들은 이스라엘과는 민족적으로 구분될뿐더러 신앙도 다신교로 그들과 달랐다. 그래서 이후 그들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름의 원주민으로써 살게 되었는데, 그것이 장장 2천간이었다. 그런데 20세기말에 들어 변화가 일어났다.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뒤 오랫동안 세계 각지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었다. 
     
    당시의 강대국 영국과 각국 유대인들의 자금 지원을 받은 그들은 급기야 1948년 5월 14일 그 땅에 나라를 세웠다. 그러자 원주민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반대로 갈 곳이 없어졌고, 이에 같은 아랍민족인 주변나라들의 도움 속에 지금껏 제 땅을 돌려받기 위한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인데, 이번 전쟁의 원인이 된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 하마스 정파의 이스라엘 기습공격도 원천적으로는 그 일환에서 비롯된 도발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왜 작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은 준동하는데, 그보다 넓은 영토를 지닌 웨스트뱅크, 즉 예루살렘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에서는 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 4차례의 중동전쟁을 거친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3년 8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평화 협정을 맺고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지구가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로 독립하는데 합의하였고, 이에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지구를 영토로 하는 팔레스타인 자치국가가 탄생하였다. 그 과정을 그림으로 보자면 아래와 같다. 
     

     

    1949년의 팔레스타인
    오슬로 협정 이후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가 독립하여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과 지중해 사이 길이 41km, 폭 10km의 좁은 땅으로 면적은 365㎢로 세종시만 하고 인구는 230만 명으로 대구시 정도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웨스트뱅크는 제주도 3배 크기이고 인구도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 두 곳은 지역만 떨어져 있을 뿐 같은 나라 같은 민족이다. (※ 이스라엘도 표면적 국력과 영토면적은 팔레스타인에 앞서나 그 또한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에 불과하다) 
     
     

    가자지구와 서울시 면적 비교

     
    하지만 두 지역을 지배하는 정당과 그 정당의 이념은 다르니, 가자지구의 다수 정파인 하마스는 급진적이나('하마스'는 알라를 따르는 '헌신'과 '열정'을 의미한다) 팔레스타인 집권여당인 파타는 온건파이다. ('파타'는 아랍어로 '정복'을 뜻하며 오스만의 정복군주 메흐메트 2세의 별호인 '파티흐' 즉 '정복자'에서 유래되었으나 이름과 달리 온건노선을 걷고 있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파타의 힘은 가자지구에는 못 미쳐 사실상 두 지역은 각각의 정치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독립지역과도 다름없다.
     
    현재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데  2006년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총선에서 승리한 후 요르단의 지원을 받아 웨스트뱅크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의 파타 정권을 축출하였다.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며 싸우고 있는데, 지난 2014년에도 이스라엘은 가자를 공습해 어린이 500명을 포함한 2,200명의 사망자를 내고 주택 2만 채의 피해와 50만 명의 이재민을 만든 적이 있었다.

     
     

    2014년 가자지구 공습 후
    초토화된 도시

     
    그럼에도 이때 원더우먼 겔 가돗은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빈축을 샀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정답은 단순하다. 겔 가돗은 이스라엘 여군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전까지는 호불호가 없었던 겔 가돗이 싫어졌다. 나는 이스라엘이 약자를 괴롭히는 나라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영국을 비롯한 여러 강대국이 공식적으로 테러단체로 지정한 단체이며, 이는 유대인 자금에 놀아나는 미국에도 명분을 주어 공공연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지만, 역시 강자의 논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금번 하마스 테러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니, 그들의 도발은 분명  비인도적이며 무모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원더우먼의 과거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원더우먼 그림 / 이스라엘 지지 발언 이후 그녀는 '인종학살 바비'(Genocide Barbie)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포털에 헤디 라마르(HEDY LAMARR)라는 미국 배우가 떴다. 아마도 오늘 11월 9일이 그녀가 태어난 날인 까닭이리라. 이 배우가 바로 위에서 말한 영화 <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인데, 1949년 MGM영화사가 공전의 히트를 친 흥행작이기도 했다. 그 외도 누아르 <A Lady without Passport>(1950)와 구리 광산 노동자들을 다룬 서부극 <Copper Canyon>(1950) 등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해 섹스어필의 배우로서 인기몰이를 했다.
     
     

    삼손(빅터 머추어)을 유혹하는 데릴라(헤디 라마르)
    결국 넘어간 삼손
    헤디 라마르(Hedy Lamarr, 1914~2000)

     
    그런데 프로필을 읽어보면 그녀에게는 가히 놀랄만한 구석이 있으니, 배우라기보다는 천재 과학자라 불러야 어울릴 정도이다. 포털에서는 헤디 라마르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배우이자 발명가. 추후  블루투스, Wi-Fi  등의 원천 기술로 쓰이는 CDMA 기술을 발명했다. 2023년 9월 9일 오스트리아 빈 시는 디지털 시티 행사의 일환으로 헤디 라마르 상을 수여했으며, 영국 수학응용학회도 2020년 헤디 러마 상을 만들어 2021년부터 수여 중이다.」 일화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제2차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9월 중순, 라마르는 캐나다에서 90명의 영국 어린이들을 피난시키던 영국 여객선이 독일  U보트의  어뢰를 맞아 77명이 북대서양에서 수장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연합군을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 즉 무선으로 어뢰를 조정해 공격하고자 한 것인데, 그 방법은 하나의 주파수가 아닌 여러 대역의 주파수를 분산해 어뢰를 공격하는 것으로서, 이렇게 되면 적이 감지를 할 수 없게 되어 어뢰에 대한 요격이 100퍼센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너무 앞서간 기술인 까닭에 당대에는 쓰이지 못했지만 현재는 미사일 등의 방어에 응용되고 있으며,(다중전파로 미사일을 요격해 빗나가게 한다) 그 밖에도 라마르는 무선주파수를 활용한 여러 발명안으로 특허를 획득했다. 그녀의 기술은 1990년부터 빛을 보기 시작하였던 바, 훗날 국제 전자 프론티어 재단으로부터 선구자상이 수여되었다. (이쯤되면 천재 중에서도 천재?)
     
    이런 똑똑한 여자에게 금번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답할까 궁금하다. <삼손과 데릴라>에서 가자지구의 여장(女將) 역할을 한 배우답게 팔레스타인을 두둔할까? 하지만 절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미국으로 귀화한 미국인이긴 해도 그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빈에서 유대인을 양친으로 태어난 오리지널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 유대인들은 왜 그리 다 똑똑한지 모르겠는데, 나름대로의 이유를 '외계인이 지어준 국호 이스라엘'에서 밝힌 바 있다)     

     

    헤디 라마르의 특허출원 서류와 특허번호
    위 숫자는 미국 특허취득번호이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대단해 보이다.
    특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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