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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게 준 천마총 금관의 실체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10. 30. 18:38

     

    한국 정부가 금번 APEC 참가를 위해 경주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것에 대한 뒷이야기가 분분하다. 대부분이 찬양 일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는 식의 기사를 적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런 것 같지 않고 앞서 무궁화대훈장을 받았을 때보다 시큰둥했다. 반응 역시, 훈장을 받고 당장 착용하고 싶다는 호들갑과 달리 금관에 대해서는 "아름답다", "정말 특별하다"는 도식적인 멘트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인 '금관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은 우리나라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이다.

     

    그런데 나와 같이 인식한 사람도 적지 않은 듯, 곧 인터넷 상에 금관을 보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짤이 돌았다. 그것을 의식했는지 지금은 어용신문이 된 '동아일보'에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기사가 났다. 금관을 본 트럼프의 반응이 기쁨을 넘어 '황홀한 상태'였다는 '표정 전문가'의 의견을 담은 특이한 기사였다. 기사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신라 금관' 선물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바탕 눈을 떼지 못하고 몸짓이 ‘황홀한 상태’를 드러냈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29일 영국의 '더 미러'(The Mirror)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선물 받고 '마치 미래를 상상하는 듯한 황홀한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바디랭귀지 전문가인 주디 제임스의 분석을 인용했다.

     

    제임스는 "그가 선물을 받은 순간 금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며 "이런 행동은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금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미 '언제, 어떤 자리에서 이걸 쓸 수 있을지' 상상하는 상태로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의 표정과 몸짓도 억눌린 기쁨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임스는 "입술은 다물려 있지만 몸을 좌우로 약간 회전시키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는 억눌린 즐거움과 흥분을 나타내는 신체 신호"라고 설명했다.

    제임스는 "그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진심 어린 미소로 변했고, 선물을 준 이재명 대통령에게 팔을 둘러 '부분적 포옹'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완전한 포옹 욕구를 억누른 제스처이지만, 동시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경주국립박물관에서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받고 신라 금관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수여식 자리에서 "이 금관은 정말 특별하다. 무궁화대훈장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지금 바로 착용하고 싶다"며 기쁨을 표했다.

     

     

    트럼프가 받은 무궁화대훈장

     

    이상의 기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좋아했을 지는 의문이다. 언론은 무궁화대훈장이나 금관은 금을 좋아하는 트럼프의 취향을 저격한 맞춤 선물이라고 떠들었지만, 금값만 1억3000만원이라는 무궁화대훈장, 1000g(266.6돈)에 달하는 금이 사용돼 금액으로는 1억8700만원에 달한다는 금관을 트럼프가 개인 소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무궁화대훈장에는 금 190돈(712.5g), 은 110돈(412.5g)에 루비, 자수정, 칠보 등이 사용됐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정확한 제한선은 모르겠지만 언뜻 생각해도 너무 과해 트럼프가 소유하지는 못하고 대통령선물 전시장으로 가야 할 듯하다. 한마디로 트럼프 개인에는 하등 쓸모없는 선물을 준 것이다. 그에 비해 다카이치 일본수상이 선물한 금도금 골프공은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19만원 정도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그야말로 가성비 뛰어나고 효율적인 선물을 한 셈이다.   

     

    트럼프가 받은 금관은 밈(Meme)으로도 인터넷 상에 퍼졌다. 금관을 쓴 트럼프가 아내 멜라니아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이들 부부를 둘러싼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광경이다. 외신은 이것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글을 덧붙였는데, 결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트럼프 방한 전, 이미 신라 금관의 모형을 선물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때 올라온 사진은 흔히 왕자관이라 부르는 경주 교동 금관이었다. 그래서 당시는 이 정도의 금도금 금관이면 트럼프가 소유해 (머리에) 써 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막상 선물한 것은 천마총 출토 금관이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교동 금관과 트럼프 / 서울신문 DB

     

    천마총 출토 금관은 총 6개에 이른다는 신라 금관 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하며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듣고 있는 유물로, 산(山)자 세움장식이 다른 금관은 통상 3개인데 비해 천마총 금관은 4개이다. 이를 제작한 전문가는 약 한 달에 걸려 만들었으며 1000g가량의 순금이 들어가는 진품과 최대한 비슷하게 동(銅) 표면에 도금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천마총 금관 / 1978년 국보로 지정돼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보물로 지정된 천마총 출토 관 장식품

     

    그러나 여러모로의 노력이 무색하게 천마총 금관은 선물로서 부적합하다. 무엇보다 그것을 써 볼 수가 없다. 마총 금관과 같이 출(出)자 형식의 세움판이 있는 모든 신라 금관은 금판을 오려 만들었는데, 그 금판의 두께가 모두 1mm 이하여서 위 밈처럼 쓰고 춤을 추기는커녕 몇 걸음 걷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만일 걷는다고 하면 그 낭창거림에 금관은 바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인들은 왜 이런 무용한 금관을 만들었을까? 한마디로 신라 금관은 산 자의 것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유물이었다. 즉 망자의 얼굴에 씌우는 일종의 데드마스크인 것이다. 그것이 데드마스크라는 것은 출토 당시의 허리띠, 귀걸이 등의 유물 배치와 사진으로도 알 수 있으니, 모든 출(出)자 형식의 금관들은 위 사진처럼 세움판이 밖으로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모아져 있다. 얼굴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발굴 당시의 천마총 금관
    황남대총 발굴 사진
    황남대총 발굴 금관 / 금관을 머리에 썼다고 하면 허리띠와 금관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짧음.
    서봉총 금관의 발굴 당시 모습
    금관총 금관의 발굴 직후 사진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경주 황남동 황남대총을 발굴할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새롭다. 발굴 팀은 황남동 소재 거대한 98호 쌍분(황남대총)을 발굴하기 앞서 그 앞의 조금 작은 155호 고분(천마총)을 연습 삼아 발굴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작은 고분에서 훗날 천마총 금관으로 불린 그 아름다운 금관이 출토되었던 것이니, 그해 여름, 해방 후 처음으로 발굴된 신라 금관에 온 국민은 흥분과 감격에 휩싸였다. 

     

    이어 황남대총에서도 여지 없이 금관이 출토되었는데,(위 사진) 당시도 그 용도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데드마스크라는 말은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였으며, 이후로도 별다른 학술적 고증 없이 금관은 문자 그대로 '머리에 씌워지는 금으로 된 관'으로 못 박혔다. 만일 트럼프가 그것이 데드마스크의 용도라는 것을 알면 기절초풍할 노릇이지만 그가 이 블로그를 볼 일은 없을 테니 안심이다. 

     

    이런 게 아니라는 얘기 / 뒤에 보이는 배경은 백악산과 궁궐이요, 금관을 쓰고 앉은 곳은 용상이라 별개로 재미있다.
    경주 대릉원 내의 천마총
    천마총 내부의 재현된 발굴 현장 / 가운데 금관이 보인다. 관(棺)은 이중 목곽의 형태이고 머리 쪽에 부장품을 안치했다.
    황남대총 / 부부 합장묘인 황남대총은 남북 120m, 동서 80m, 높이 23m의 신라 최대 고분이다.
    황남대총 발굴 광경 / 1973년 7월 시작한 황남대총 발굴은 1975년 10월 종료되었다. 부인 묘인 북분에는 금관이, 남편 묘인 남분에서는 금동관이 출토되었다. 혹시 여왕 묘? 혹은 여존남비(女尊男卑) 사회?
    황남대총 북분의 금관과 허리띠
    황남대총 남분의 은관 / 남자 묘인 남분에서는 쭈그리한 금동관과 은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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