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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 한옥마을로 이사 간 북촌의 집, 오위장 김춘영 가옥
    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1. 16. 22:09

     

    서울 북촌은 서촌과 더불어 조선 양반가를 대표하는 동네로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옛것을 향유하려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린다. 그래서 주민들은 괴로울 수 밖에 없는 바, '조용히 해달라'거나 '집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거나 '계단 위에 오르지 말아달라'는 한글 혹은 일본어 글귀를 대문 어귀에 써 붙이다가 이제는 아예 관(官)에 진정을 해 5시 이후부터 익일 10시까지는 동네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북촌 맹사성 집터  가는 길

     

    그런데 사실 북촌에서 조선시대의 대갓집을 보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는 어쨌을런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북촌, 즉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계동 일대의 한옥(형)건물들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이후에 지어진 것들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건축 개발업자)이자 모던보이였던 정세권이 일대에 개량한옥단지를 조성하며 무더기로 지은 것들로서 요즘으로 치자면 강남의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단지에 비견할 만하다. 

     

    당시 서울의 팽창과 더불어 창출된 중산층 주택에의 시대적 요구를 경남 고성에서 올라온 이른바 '집장사'로 불리던 한 청년사업가가 주목한 것이니, 그는 예전 대갓집을 매입한 땅을 여러 개로 쪼개 몇 가지 모델의 한옥을 일률적으로 지어 분양했다. 대표적인 것이 북촌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한옥과 익선동 166번지 한옥단지로, 특히 익선동 단지는 조선왕조의 종친 이해승 소유의 누동궁을 68채로 쪼개 효율적 공간이용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가회동 31번지는 친일파 민영휘의 아들 민대익 소유의 땅으로 그는 가회동 31번지 외에도 일대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부동산의 대부분은 정세권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여겨진다.  

     

     

    정세권이 개발한 가회동 31번지
    <북촌의 모던보이 정세권>에 실린 가회동 31번지와 익선동 166번지 필지 분할 사진

     

    이렇게 개발로 사라진게 된 집 중에는 삼청동 133-1번지 일대에 있었던 옥호정(玉壺亭)이 있다. 옥호정은 지금의 삼청공원 길 건너편 백악산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던 김조순(金祖淳, 1765~1832)의 별서이다. 김조순은 19세기 세도정치로 일세를 풍미했던 안동김문의 좌장으로 순조의 장인이기도 했다. 그의 별서를 그린 작자 미상의 <옥호정도(玉壺亭圖)>를 보면 이 별서가 얼마나 잘 꾸며진 집인가를 알 수 있다. 

     

     

    옥호정도 / 옥호정은1815년(순조 15)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옥호정 세부

     

    옥호정은 전설상의 옥항아리 속 별천지에 지은 집이라는 의미로서, 옥호산방(玉壺山房)이라고도 불렸다. 위 그림 속에 옥호산방 편액이 있는 사랑채 건물 외에, 후원(後園)의 죽정(竹亭)과 산반루(山半樓), 별원(別園)의 첩운정(疊雲亭) 보인다. 그리고 옥호동천(玉壺洞天), 을해벽(乙亥壁) 등 암벽 각자도 보이지만 지금 모두 사라졌고 그저 옥호정 대문 터 초석만이 유일하다. 대문 기둥을 받치던 이 초석은 2019년까지 좌우 쌍이 존재했지만 그나마 좌측의 것은 없어지고, 지금은 아래의 돌 하나만이 남아 과거 옥호정의 영화를 힘겹게 증거하고 있다.

     

     

    옥호정 대문이 있던 곳
    대문 기둥을 받치던 돌
    옥호정이 있던 동네

     

    다만 그 인근인 삼청동 125-1에 있었던 오위장(五衛將) 김춘영의 집이 남산 한옥마을로 옮겨져 볼 수 있게 됐다. 오위(五衛)는 조선시대 중앙 군사조직으로서, 김춘영(金春永)은 고종 때 오위장을 지냈다. 이 집은 1890년대에 지어졌으며 대문채, 사랑채, 안채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채는 대문채와 연이어져 사랑방·대청·건넌방으로 짜여졌고, 안채는 ㄷ자형 평면으로 서울지방의 일반적인 주택 구조를 띄고 있다. 북촌에 지어진 19세기  양반가 가옥 구조를 살필 수 있는 건물이다.  

     

     

    김춘영 가옥 사랑채 문
    대문채와 연이어진 사랑채
    사랑채
    사랑채
    대문채 문간방
    오위장 김춘영의 집이 있던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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