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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을 위한 완문(完文)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6. 5. 8. 18:09

     
    '완문'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뜻을 설명하자면 완문은 조선시대 관청 등 공공기관에서 특권 부여, 분쟁 방지, 권리 인정 등 행정 처분을 증빙하기 위해 발행하는 공식 문서이다. 말한 대로 조선시대에는 이와 같이 특정기관이나 사람의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특별 행정 증명서가 발급되었으며, 그 명칭도 "완전히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래의 엄흥도의 완문은 1733년(영조 9년) 조선 병조에서 단종의 시신을 거둔 충신 엄흥도의 후손들에 대한 특별 권리를 인정해 발행한 문서로서, 국가가 엄흥도의 충절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후손을 예우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료로 평가받는다. 훗날 영조는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단종의 장례를 치른 엄홍도의 충의지사를 기리기 위해 특별히 명을 내렸던 바, 완문에는 엄흥도의 6대손인 엄철업 등 후손 4명에게 군역(軍役)과 잡역(雜役)을 영구히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엄흥도의 완문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의 엄흥도

     
    완문의 발급자는 아무래도 고을 수령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발급에 있어서 특별한 제한이 있지 않았으니 관청 및 사회집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데, 훈부(忠勳府)도 완문의 발급이 빈번한 관청이었다. 성격 자체가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功臣)과 그 후손을 우대하기 위해 설치된 관청인 까닭이었다.
     
     

    '포항 합천이씨 전서공파 완문' / 충훈부에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큰 공을 세운 이응표의 후손들에게 특권을 부여한 문서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종로구 인사동길 62-4 부근의 충훈부 터 표석

     

    하지만 완문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발급된 경우는 없었으며, 더불어 어떤 권력가도 완문을 만들어 사익을 추구한 예가 없었다. 완문 발급에 수령의 입김이 작용될 수는 있을 지언정 완문은 관청의 공식 행정 행위로 발행되는 것이므로, 관리가 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완문을 발급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까닭에 권력가가 자신을 위해 완문을 발급한 예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조선말기에도 없었다. 

     

    그런데 문명사회인 21세기에 들어 조선말기에도 없던 권력가를 위한 완문이 발급되려 하고 있어 세상이 긴장하고 있다. 수급자는 이 나라의 대통령인 이재명으로, 그는 자신이 죄가 없음에도 나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저지르거나 연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위증교사 혐의 사건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 사건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경기도 법인카드 배임을 비롯한 이재명 피고인 사건 8건의 재판을 포함한 총 12건의 사건을 아예 없던 일로 만들려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완문의 발급을 위해 알맹이도 없는 국회청문회를 거쳤다. 그러나 그 청문회에서도 이재명의 무죄가 밝혀진 바가 없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경우는 오히려 그 혐의가 가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라는 완문을 발급하려 하고 있는데, 국회법사위를 통과한 이 사건의 공소 취소법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 특검을 임명하는 자는 대통령 이재명이다. 이에 자신의 죄를 자신이 지우는 셀프 특검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데,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수작인지 여당은 그 법안에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면 특별검사는 추천인 중에서의 연장자로 한다'는 교묘한 문구를 삽입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은 스스로 죄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바, 사실 이렇게 복잡하고 무리한 과정을 밟을 필요도 없이 재판을 받으면 될 일이다. 죄가 없는데 어느 재판관이 이 나라의 대통령에게 죄를 씌워 유죄 판결을 내리겠는가? 그럼에도 이재명은 특검에 의한 면소라는 완문을 발급하려 하고 있는 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없던 일일뿐더러, 세상의 어떤 미개국에서도 벌인 적 없는 일이다. 그 엄청난 짓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국민들은 심장이 없는가? 아니면 모두가 눈 뜬 장님들인가? 

     

     

    송파 비석공원의 공덕비 / 이곳에는 광주목사 이시방을 비롯한 총 11명 수령의 공덕비가 서 있다. 이 가운데서도 자신을 위한 완문을 발행한 사람은 없다.

     

    * 이재명을 위한 완문 중의 가장 큰 독소 조항

     

    이른바 '이재명 공소취소 특검법'(공식 명칭: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경우 추천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아웅하겠다는, 혹은 국민의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겠다는 엄이도령(掩耳盜鈴)식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장자 자동 임명 규정: 법안 제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검 후보자를 추천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후보자 중 1명을 임명해야 하며, 만약 임명하지 않을 경우 추천된 후보자 중 연장자가 특별검사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

     

    공소취소 권한 명시: 해당 법안은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특검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 둔 셈이다.  

     

    이같은 완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이재명은 6월 지방선거 이후로의 실시 연기를 지시했다 하는데, 같잖은 조삼모사와 같은 일로서, 사람이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이는 이재명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며, 여 · 야의 문제도 아니고, 좌 · 우의 문제도는 더더욱 아니다. 오직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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