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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선거관리위원회와 김세환 전 사무총장 판결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6. 7. 19. 19:06
오리무중(五里霧中)은 사방 5리(약 2km)에 걸쳐 짙은 안개가 끼어 방향을 분간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일의 갈피를 잡거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후한 시대의 학자 장해(張楷)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학식과 인품이 뛰어났던 그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화음산(華陰山)으로 낙향하자 많은 사람들이 제자가 되기를 원해 몰려들었다.
얼마나 몰려들었는지 화음산 기슭에는 장해의 호를 딴 공초시(公超市)라는 시장이 생겨날 정도였다. 귀찮음을 느낀 장해는 도술을 부려 반경 5리 안을 짙은 안개로 뒤덮어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하게 숨어버렸다. 그런데 당시 술법에 능한 배우(裵優)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삼리무(三里霧)쯤은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있었지만 그 농도가 시원치 않았고 일찍 걷혔다. 이에 장해를 찾아가 짙은 오리무를 만드는 법을 배우려 했다.
하지만 장해는 배우 역시 만나주지 않고 오리무에 숨어버렸다. 별 수 없이 돌아간 배우는 다시 주특기인 삼리무를 펴 도둑질을 하다가 안개가 일찍 걷히는 바람에 체포되었는데, 그는 안개 피우는 도술을 장해로부터 배웠다고 거짓 진술했다. 장해는 체포되어 2년 형을 살았다. 장해는 억울했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던 바, 체념하고 옥중에서 상서(尙書)의 주(註)를 쓰는 등 학문에 힘썼고 누명을 벗은 뒤 칠십까지 장수했다. <후한서/後漢書> 정범진가장열전(鄭范陳賈張列傳)에 나오는 얘기다.

안개 속의 과천 중앙선관위 엊그제인 7월 16일, 전(前)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김세환이 재직 시절, 아들의 부정 채용 및 부당한 승진과 관련해 직권을 남용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담당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신상렬)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세환(62)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시를 통해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던 우리 사회가 현재 지향하는 최우선 가치는 공정"이라며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부여되고 법과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사회적 약속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기반"이라고 했다. 이어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사적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고, 특히 헌법에 따라 독립적인 권한과 지위를 부여받은 선거관리기관은 더욱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은 선관위 고위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아들을 위해 경력 채용과 관사 제공 등 전반에 걸쳐 직을 남용해 부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가공무원 시험에 관해서도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했다. 또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공정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실력과 노력으로 공직에 나아가고자 했을 청년 세대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상실감과 무력감을 줬다"고 덧붙이며
"헌법상 보장된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적 지위 뒤에서 행해진 이 범행은, 선관위의 건전한 공직 문화 형성에 악영향을 줬고, 헌법 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위상도 침해돼 범행의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질이 나쁘다"며 "권력과 권한의 크기가 클수록 책임의 무게도 비례한다는 원칙에 따라,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2019년 11~12월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강화군선거관리위원회에 아들이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면접위원으로 포함할 것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그 면접위원은 김세환 아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코로나 때문인지 비대면 면접이 진행됐다) 대부분 만점을 주어 채용에 무리가 없도록 만들었다.
나아가 김세환은 그렇게 채용된 아들을 인천시선관위 사무처로 전입시키면서 하급 직원에게는 관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법령을 어기고 관사를 제공하게 한 혐의와 월세를 대신 내게 한 혐의도 받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특혜가 제공된 김세환의 아들이 선관위에서 '세자'라고 불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선관위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느 김세환 사무총장에 빗대 그렇게 불려진 것인데, 예전 이 얘기를 듣고 무척이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무슨 왕조 시대도 아니고....

재판을 받고 나오는 김세환 /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 묵묵부답했는데, 시종일관 거릴낄 게 없다는 듯한 당당한 자세를 보였다. 
그의 태도에서는 국민에 대한 미안함 따위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오히려 '감히 나를 건드려, 두고 보자' 하는 듯하다. 김세환은 재판 과정에서 "면접 전 만나거나 전화로 연락한 접점이 있는 공무원들은 4~5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공소 사실은 직접 관여하지 않은 공무원들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전체 공소 사실 중 피고인이 전화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는 등 행위와 관련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 설명하는 듯하다. 꼭 그렇게 꼭 집어 말해야만 압력인가....?
늘 말하지만 선관위가 이와 같은 제멋대로의 행동을 하는 것은 국내의 어느 기관에도 제재를 받지 않는 절대권력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선관위의 채용·인사 비리는 이것뿐만이 아니 지난 2024년 초, 선관위 채용비리 1200건이 터진 적이 있다. 선관위 직원들이 일가나 친척으로 채워진 것인 총 3200명의 직원 가운데의 3분의 1 이상이 부정채용되었다. 그리고 이런 비리를 저지른 자들은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진을 하였으니,
'2021년 경력경쟁채용시험' 업무를 담당하며 불투명한 채용 절차를 전담했던 중간 간부 A씨는 2025년 1월 1일 자로 부이사관(3급)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고위직 자녀 2명 역시 논란 이후에 각각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도무지 묵과할 수 없는 이 같은 비위에 대해 결국 감사원이 감사를 착수하여 2025년 2월,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A씨의 비위 혐의를 적발하고 선관위에 '강등'에 해당하는 중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자 선관위에서는 적반하장식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매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2025년 2월 27일, 헌재는 중앙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대상으로 직무감찰을 실시한 것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해불능의 판단을 내렸으니, 곧 현재의 괴물 선관위는 헌재의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물 선관위를 만든 8인의 재판관 헌재가 됐든 사법부가 됐든 판결과 양형은 재판부의 재량이니 이에 관해서는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지 않다. 사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기에.... 하지만 한가지 크게 불만인 것은 이번에 김세환이 법정구속되지 않은 점이다. 재판부는 김세환 피고인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는 없어 보인다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는데, 지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을 했나? 1심 징역형 판결이 났을 경우 법정구속은 상례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매우 아쉽다. 김세환과 같은 자는 감방에서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고생을 좀 해봐야 하는 데 말이다. 또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김세환은 후한 시대의 배우(裵優)처럼 삼리무(三里霧)를 펼칠 수 있는 자이기에 풀어주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는지 알 수 없다. 과거 1심 징역형을 받고도 법정구속을 피한 조국이 조국혁신당을 만들어 세상을 뒤집는 조화를 부린 것처럼.... 아. 삼리무를 펼치는 자도 이렇게 많거늘 오리무(五里霧)를 펴는 악(惡)의 능력자들은 과연 어떻게 상대해야 해나? 안타깝지만 일단은 모여 외치는 수밖에 없다. 바위에 구멍을 내는 빗방울의 심정으로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창경궁 바로 옆에 위치한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주차장에서 본 창경궁 측문 
서울시 선관위가 6.3지방선거 투표함과 용지를 폐지시켰다는 구리시 아천동의 종이 전문 폐기업체 
지난 17일 올림픽공원에 모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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