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야기(I)

 * 미·중의 사례.

2012년 '뉴욕 포스트' 12월 4일 자의 신문기사는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뉴욕 지하철 선로에 밀려 떨어진 한 남성이 죽음에 직면한 사진을 1면 톱으로 게재했던 것이다.(공교롭게도 이 남성은 한인이었다) 당시 플랫폼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들 중 아무도 손을 뻗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어떤 프리랜서 사진기자는 구조 대신 특종을 선택했다. 그 사진이 '뉴욕 포스트'의 1면을 장식한 것이었는데,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달렸다.

"운명!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이 사람은 곧 죽는다"

비슷한 사건이 중국에서도 있었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딱히 사건이라 부를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2015년 2월 저장성 위환현에서 일어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래 사진 속, 길거리에 쓰러진 노인은 행인들의 무관심 탓에 한참 동안 방치됐고, 그러는 동안 또 다시 지나가는 차에 치는 2차 사고를 당했던 것이었다.(CCTV 확인 결과, 노인이 쓰러진 8분간 이를 목격한 행인은 23명이었고 차량은 4대가 지나갔다) 

  

  

무관심이 일상화된 중국 내에서도 이 사건이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2011년 11월 광둥성 포산시에 이어 같은 사건이 반복된 까닭이었다.(2011년 포산시에서는 2살 여아가 2차 교통사고를 당할 때까지의 5분 동안 18명의 목격자가 있었으나 아무도 구조의 손길을 보내지 않아 결국 사망하고 말았는데, 이듬해 저장성에서도 5세 남아가 사고 후 방치된 사례가 있었다/두 사건의 사진은 안습인 까닭에 망설임 끝에 배제했다) 기타 중국 내에서 기사화된 사건들을 대충 추려도 다음과 같다.(부가 설명은 필요치 않을 듯)

이상의 사건들은 당시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는데, 뉴욕 지하철 사건의 경우에는 미국의 양심을 자처하는 '기독교 우파'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특정 교단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미국 도덕심의 근간을 이루던 보수주의 기독교 정신은 어디로 실종됐는가 하는 비난이었는데, 그들 스스로의 반성이 주류를 이루었던 점이 그래도 미국의 양심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뉴욕 지하철의 한인을 밀쳐 떨어뜨린 흑인과, 구조 대신 특종을 선택한 기자, 그리고 그 사진을 게재한 뉴욕 포스트의 선정성(yellow journalism)에 대한 비난이 높았다. "꼭 이런 사진을 실어야 했었느냐"(Should this subway photo have been published?)는 것이었다.

사진기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비난의 글이 따랐다. "나라면 최소한 구하려는 시도는 했을 것 같다. 만일 실패했더라도 적어도 내 자신과 동료 미국인의 얼굴은 똑바로 볼 수 있었을 테니....."(I Would have at least TRIED to save him..... even if I failed, at least I could look at my self and my fellow American eyes.....) 아울러 문제의 사진기자에 대해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 Law) 상의 '위험에 빠진 자를 고의로 구조하지 않은 구조 불이행(Failure to Rescure)의 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즉 사진기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고, 게다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위험에 빠지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조 불이행을 저질렀으므로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이에 사진기자는, 달려오는 열차가 멈추도록 기관사를 행해 플래시를 터뜨린 것이라는 자기 변론을 했다. 사고까지의 22초의 시간이 사람을 구조하기에는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한인을 선로로 밀어 떨어뜨린 흑인여성은 정신병자로 판명났다)

 

반면 중국의 네티즌들은 (자국 내)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침묵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극단적 이기심이 새삼 도마 위에 올랐던 바, (향후)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울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74%가 돕지 않겠다고 답한 결과가 따로 주목을 받았다.(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답은 5.6%에 불과했다) 일부 네티즌은 중국에 이와 같은 극단적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된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적 문제라며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을 지목했다.

~ 2009년 톈진에서 오토바이를 몰고가던 청년이 길거리에 쓰러진 노인을 부축해 병원에 데려갔지만,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결국 법원에서 10만 위안(1천7백만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은 사건이었다.(2006년 난징에서도 도움을 준 일용직 청년에 대해 비슷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중국에서도 지난 2017년 이른바 '착한 사마리안 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중국은 기독교를 용인하지 않는 까닭에 '호인법'(好人法)이라는 비슷한 이름을 갖다붙였는데,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힌 경우 일체의 민사 책임에서 면책된다'는 것이 핵심으로서, 중국 민법총칙 184조의 개정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래의 기사와 사진을 보면 중국에서의 시민 의식은 아직도 요원한 듯 보이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여겨야 될 일로 보인다.  -end-

* '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써 4편으로 분재(分載)될 예정입니다.

2편: '착한 사마리아인 법', 우리나라의 위험한 법률 조항.

3편: 성서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기독교 해석의 오류.

4편: 이 법은 그저 예수가 말한대로 행하면 된다.

* 그림 및 사진의 출처: google 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