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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과 네안데르탈인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0. 4. 12. 06:24

     

    우리가 한민족의 조상 중 네안데르탈인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그간 우리가 배운 교육의 결과이다. 위키피아에 실려 있는 <그림 1>의 네안데르탈인의 분포 범위를 보면 주로 유럽과 중동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네안데르탈인의 영역이 바이칼 호를 넘은 것은 2008년 데니소바 동굴군과 인접한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뼈가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데니소바인 완전정복') 이후 네안데르탈인의 분포 범위는 <그림 2>까지 확장되었다.

     

     

     <그림 1>

     

     <그림 2>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이 유럽 대륙에 국한돼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최초 발견지인 독일 네안더 계곡 탓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쓴 글이 있는데 상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어느 네안데르탈인의 슬픈 죽음 I')

     

    1856년 8월의 어느 더운 날, 독일 뒤셀도르프 근방의 석회암 채석장에서 정체불명의 유골 화석이 수습되었다. 형태로 보아서는 분명 사람의 뼈인데, 그 모양새가 현대인과는 많이 달랐다. 대퇴골이 매우 굻고 휘어져 있었으며 해골의 이마는 낮았고, 무엇보다 툭 튀어나온 눈 주위 뼈가 눈길을 사로잡는 인골이었다. 해골은 정수리 부분에서 이마와 위 눈덩이까지만 있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 인골을 네안데르탈인(人)이라 이름 붙였다. 인골이 발견된 채석장이 네안데르(neander) 계곡(thal)이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 명명이 나름 의미 있다. 그 계곡이 네안데르라고 불린 이유는 독일의 작곡가이자 시인인 요하임 노이만(Joachim neumann)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그는 평소 자신의 이름이 그리스어인 네안더(neander)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것이 독일식 발음으로 네안데르인데, 영어로는 뉴맨(new man)이다. 그야말로 네안데르 계곡에서 새로운 사람이 발견된 것이었다.(명명은 1863년 영국 해부학자 윌리엄 킹이 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이 발견된 네안더 계곡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최초 화석

     

     

    이후 이 인골의 정체에 대한 한참 동안의 설왕설래가 있었고, 마침내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subspecies)으로 분류돼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 조금 과하다 싶었는지 '슬기롭다'는 의미의 사피엔스는 제외되어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로 재분류되었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는 다시 격상되어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이 되었다. 이때를 전후하여 아메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 골고루 발견된(특히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한 만큼 우리 인류의 조상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작용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1981년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전체가 배열된 이른바 유전자 지도가 완성됨과 함께 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이 현대인의 유전자 지도와 1856년에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비교해 보자는 시도가 시발점이었다. 이것은 1990년대 중반, 독일의 고고학자 랄프 슈미츠와 생물학자 슈반테 파보의 흥미로운 발상에서 비롯되는데, 문제는 현재 라인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뼈를 어떻게 구하느냐 였다. DNA를 추출해내기 위해서는 뼈를 일부 잘라야 되는 바, 이는 슈미츠의 말 맞다나 모나리자를 분석한다며 모나리자 그림의 일부를 잘라달라는 것과 진배없는 이야기였다. 그 오래된 화석으로부터 DNA를 여하히 추출해낼 수 있는가는 나중 문제였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박물관 측에 끈질기게 졸라댔고, 결국 1996년 여름, 박물관으로부터 네안데르탈인의 오른쪽 팔 뼈 1cm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분석의 결과는 놀라웠다. 그 생김새로 보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전 단계 인류 쯤으로 추측되던 네안데르탈인이었지만, 그의 유전자는 현대인의 것과 완전히 달랐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별개의 종족이었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남의 신주를 모셔놓고 제 조상인 양 제사지냈던 셈이었다.(따라서 1996년 이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분들은 네안데르탈인이 크로마뇽인에 앞서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배웠다) 


    이리하여 지금까지 현생인류의 아종 대접을 받던 네안데르탈인은 다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로 격하됐다. 아울러 그동안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워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현생인류까지의 인간 진화 계열도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쏙 빠지게 되었다. 대신 '그러면 너는 대체 누구냐'하는 문제와 함께, '그러면 이놈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그 해결책은 비교적 간단했으니, 답은 바로 '멸종됐다'는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후예가 지금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으니 멸종됐다고 보는 것은 당연히 일일진대, 다만 그들이 어떻게 멸종되었는냐 하는 것은 여전히 미스테리였다. 

     

    그런데 최근들어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 지난 2010년 5월,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면밀히 분석해온 독일 막스프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서 그동안 진전된 인간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써 우리 현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배열이 14% 비슷하다는, 즉 우리 인간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우리 인류의 직접 조상인 크로마뇽인이 교배를 하였고, 그로 인해 새로운 종이 번식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충격적인 사실로서 이제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은 새로운 아종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이 되었다. 

     

    아울러 막스프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한반도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즉 중동에 있던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만나 교배를 하였고 그렇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지니게 된 후예들의 일부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이주했으며, 또 일부는 초원의 길을 통해 만주와 한반도까지 진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상은 막스프랑크 연구소 선임 디렉터인 스반테 페보 박사의 주장인데, 그의 주장대로라면 네안데르탈인의 두꺼운 피부와 억센 모발은 이종교배의 후손들에게 전해졌고 그것은 만주와 한반도에 살던 현생인류가 극심한 추위를 극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 화석 앞에 선 페보 박사

     

    현대인을 보고 놀라는  네안데르탈인(물론 가상의 설정이다) 

     

    중국 묘족 출신의 차오 루

     

    피에스타 시절의 차오 루

    차오 루는 중국 묘족 출신의 연예인이다. 중국인 중에서 한국인과 비슷한 유전자 구조를 보이는 민족은 물론 조선족이고 다음은 만주족인데 묘족은 그 다음으로 가깝다. 화남지방 민족이 한국인과 유사한 DNA 구조를 보이는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이동과는 무관하며, 당나라 시대 묘족 지방이 고구려 유민의 디아스포라였다는 학설에 설득력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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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