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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놀! 처음 발견된 백두산 흑요석의 몸돌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1. 3. 26. 23:59
최근 만난 분 중에 미용재료 영업을 하시는 사장님이 있었다. 첫인상에서 '세상 선하게 살아오신 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대화 중 그랬을 것 같다는 느낌이 더욱 깊어졌던 바, 그분에게서 받은 명함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옵시디앙(Obsidian)'이란 브랜드가 강조된 명함이었다. 옵시디앙....? 영어로는 '흑요석'이라는 뜻이었으니, 지금은 헤어 코스메틱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겠지만 그 시발점은 헤어 커터(Hair cutter)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우리 인류 이미용의 역사는 보편적 인식보다 더 오래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그 이미용 등에 이용되었을 법한 흑요석이 북한과 중국의 두만강 접경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했다. 지난해 7월,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한 공사장에서 출토된 돌을 중국이 비로소 실체를 밝힌 것인데, 그것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도 흥미로웠다. 최초 발견자는 이 돌이 뭔지 몰라 SNS에 올렸다.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있나요? 오늘 흙 속에서 주웠어요."
가치를 알아본 중국 문화재 당국이 회수해 조사해 보니 이 유물은 2만 년 전 구석기시대 '돌날 몸돌', 즉 원시인들이 칼로 사용했던 흑요석 돌날의 원석이었다. 즉 이 흑요석 몸돌에서 떼어난 박편(剝片)을 칼로 사용했던 것인데, 중국 문화재 당국자는 그 귀중한 유물을 발견자로부터 '온전히 빼앗았다'고 말했고,(아래 유튜브 ^^) 이번에 발견된 흑요석 몸돌은 중국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예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발견지역 반경 1㎢ 지역에 고대 인류가 활동한 유적과 유물이 산재해 있다는 귀중한 정보도 흘렸다.
자세히 보기: youtu.be/mYzbxXCw_0o
이것이 왜 중요하고 깜짝 놀랄 뉴스일까? 이미용에 이용된 흑요석이기 때문일까? 혹은 화타가 뇌수술에 사용한 흑요석이기 때문일까?(아래 설명에서처럼 흑요석은 화산지대에서만 생성된다. 그런데 중국 내륙에는 화산이 없는 바, 따라서 화타가 흑요석을 수술용 칼로 사용했다면 그 역시 백두산 화산석을 썼을 것이다. ☞ '고대 명의열전 - 화타와 뇌수술') 하지만 이 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를 이미 오래전 환경역사학자 이지아 씨가 설파했다.
그는 2017년 <지구 위에서 본 우리 역사>라는 책을 썼다. 기후인류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 '환경전문가가 쓴 역사서'랄 수 있는 책이었는데, 매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글쓴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특히 기후환경학적 측면에서 풀이한 역사 해석이 탁월해 때로는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중 '3부 한반도 역사의 의문을 풀다'에서는 흑요석을 고대 사회 '최강자의 첨단소재'라고 역설하며 한반도의 고대 문명을 주목했는데, 글쓴이는 또 다른 글에서도 고대 사회의 <흑요석>을 주목한 적이 있다. <시사저널>에 실린 그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붕괴(Collapse)>. 짧고 임팩트 있는 제목의 이 책은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이며 뛰어난 환경역사학자이기도 한 제레드 다이어몬드의 2005년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문명의 붕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거기서 그는 각각 망가레바, 핏케언, 핸더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태평양의 세 섬에 대해 얘기하면서, 망망대해로 둘러싸인 작은 섬에서 극히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소개한다.
이 섬들은 지금은 무인도나 극소수의 주민만 사는 곳이 됐지만, 한때 사람들이 꽤 살았던 흔적이 있다. 저자는 이 흔적을 분석하면서 환경과 인간생활의 관계를 조명하는데, 제한된 자원과 단순한 기술로 살았던 원시적인 사회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그가 여기서 섬사람들의 생존 성공도를 좌우했던 생태학적 자원으로 꼽은 것은 크게 세 가지 - 숲, 갯벌, 그리고 흑요석이다.
숲과 갯벌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많이 나왔고, 흑요석은 왜 중요할까? 흑요석(obsidian)이란 화산암의 일종으로, 검고 단단하며 얇게 쪼개지는 성질을 가진 돌이다. 극히 미세한 두께로도 쪼개질 수 있어서 가공하기 편한 편이며, 웬만한 금속이나 석재보다 훨씬 단단하고 표면에 미세한 요철도 없이 매끈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날을 가진 도구나 무기의 재료로 최적이다. 따라서 철기제련법이 등장하기 전까지 원시사회에서는 흑요석으로 만든 무기가 가장 강력했으며, 지금까지도 고도로 정밀함을 요구하는 수술 같은 과정에서는 흑요석 메스가 사용된다.* 흑요석 칼은 얼마나 날카로울까?
* 전곡리 선사박물관의 흑요석 석기 만들기
그런데 이 흑요석은 아무 데서나 나지는 않는다. 형성되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니 유리 성분을 많이 가진 용암이 화산폭발과 함께 대규모로 공기 중에 분출되는 순간 급속히 냉각되어야 한다. 따라서 세계에서도 흑요석 산지는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 번에 나는 양도 그리 많았던 바, 무기와 도구를 만드는데 압도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갖는 이 흑요석을 구하기 위해 먼 곳에서도 식량 등을 가지고 찾아왔을 것이라 추론한다.
까닭에 흑요석 산지 사람들은 풍요롭게 살 수 있었다. 금속 무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이전 시대에 흑요석이 많이 나는 지역 바로 옆에 식량이 풍부한 지역이 있었다고 하자. 두 지역에 사는 인간 집단의 관계는 어땠을까? 십중팔구 이 두 지역의 사람들은 서로 연대해서 더 강력한 인간집단을 만들었을 것이다. 풍부한 식량으로 강한 체력을 키운 사람들이 강력한 무기로 무장을 하게 되면, 그 인근에서 최강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두 집단은 서로 상대방이 없으면 그런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기 어려우므로, 긴밀히 연대해서 하나의 집단으로서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은 바로 이렇게 해서 성립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성기 고조선의 영토는 요하유역에서 지금의 평안도 및 함경도까지를 통합했던 큰 국가였다. 요하유역이 마지막 빙하기 이래 가장 식량생산성이 높은 땅이었다는 것은 앞서도 보았다. 함경도 북부, 백두산 바로 아래 지역은 바로 이 흑요석이 많이 나는 고장이었다. 요하유역과 지금의 함경도 지역이 손을 잡는다면 평안도 지역은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통합될 수 있다.
고조선은 요하 유역에서 지금의 북한 땅 전체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점유하는 국가였다. 글쓴이는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영토 점유 패턴은 상고대사회에서는 이례적인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결합이 고조선이라는 국가 사회를 성립시키기 훨씬 이전인 약 3만 년 전의 후기 구석기 시대에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것으로 여겼다. 아울러 한반도 중·남부에도 그 영향력이 미쳤을 것이라 주장한다.한반도에서 흑요석 출토 유적 수는 110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 구석기 유적은 13개이고 나머지는 신석기 유적이다. 단양, 홍천, 심지어는 전라남도 장흥에서도 구석기시대 백두산 흑요석이 나온다. 시베리아의 알타이 유적에서도 백두산 흑요석 세석기들이 발굴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국내의 한 석학은 “백두산의 흑요석이 수만리에 해당되는 거리로 운반된 것은 고대 한국인들의 생활반경의 광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 이지아는 다음과 같이 글을 정리한다.
"산과 바다 생태계가 어우러져 제공하는 풍부한 식량과 최고의 산업소재 흑요석을 갖춘 한반도 사람들은 동아시아는 물론 훨씬 더 넓은 범위에 이르기까지 최강자로 군림할 조건을 갖추었다. 아마 우리가 지금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랜 기간을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최강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구 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끊임없는 지구환경의 변화, 또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또 다른 내용의 다음 장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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