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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 앨라모고도에서 비키니 섬까지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1. 4. 10. 02:32
트리니티(Trinity)는 1945년 7월, 미국 뉴멕시코 주 앨라모고도에서 실시된 인류 최초의 핵실험에 사용된 원자폭탄의 코드네임이나 일반적으로는 그 핵실험 자체를 의미한다. 당시 코드네임 트리니티는 플루토늄 폭탄으로 20킬로톤(TNT 20,000톤) 규모였는데,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팻 맨'(뚱뚱보)과 종류와 위력이 일치한다.(반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우라늄-235를 이용한 13킬로톤의 핵폭탄이었다)
원자폭탄 개발의 핵심기관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으로서 원자폭탄 개발에 앞장 섰던 미국의 핵물리학자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1904-1967)는 우라늄 폭탄의 경우는 폭발 실험이 필요 없다고 했고, 그래서 그의 말 대로 실험 없이 실전에 돌입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로 인해 히로시마에서는 일거에 7만8천 명이 사망했다.(기타 부상자와 행불자, 방사능 후유증으로 죽은 자까지 24만 명이 희생됐으며, 나가시키에서는 15만 명이 사상했다)
* 1939년 나치 독일이 원자폭탄을 제조하고 있다는 정보가 미국에 흘러들어오자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레오 실라르드는 미국이 나치 독일보다 먼저 핵을 개발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원자폭탄 연구·제조 계획인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1942~45)가 극비리에 시행되었고,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물리학 교수였던 오펜하이머는 천연 우라늄에서 우라늄-235를 분리시키는 실험에 성공하여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반면 플루토늄 폭탄은 우라늄 폭탄과는 폭탄 구조가 다른 관계로 반드시 핵폭발 실험을 필요로 하는 바,(성공적으로 터질지 어쩔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의 뉴멕시코 주 사막에서 위에서 말한 트리니티가 실시됐다. 트리니티 실험을 밑받침한 사람은 로마대학 교수였던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였다. '맨해튼 계획'에 초빙된 세계적인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페르미는 시카고대학 야금연구소에 설치된 원자로에서 우라늄-235로부터 강력한 핵분열물질인 플루토늄-239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 원자폭탄은 크게 우라늄 폭탄과 플루토늄 폭탄으로 대별된다. 미국이 우라늄 폭탄의 제조에 성공했음에도 따로 플루토늄 폭탄을 개발한 이유는 그것이 우라늄 폭탄보다 중성자를 많이 방출해 피해의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핵무기 보유국가들이 지닌 원자폭탄은 거의가 플루토늄 폭탄으로, 북한 역시 다르지 않다.
그리하여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남쪽 139km 지점의 앨라모고도 공군기지에서 최초의 원자폭탄이 폭발했다. 이 폭탄은 과학장비가 설치된 높이 30m의 철탑 위에서 폭발했고, 이 광경을 9km 떨어진 장소에서 과학자들과 미 국방부의 고위 인사가 지켜보았다. 트리니티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맨해튼 계획'의 최종판이라 할 수 있는 그 핵실험의 이름이 하필 트리니티로 명명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트리니티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뜻하는 영어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로는 트리아도스(Τριάδος), 라틴어로는 트리니타스(Trinitas)인데, 위 핵실험이 이 트리니티에서 유래되었다. 삼위일체는 기독교의 주요 교리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세 위격(位格)이 하나로 존재함을 명시해 크리스트가 신(神)임을 확립한 이론이다. 기독교 세계에서의 그와 같은 성스러운 단어가 많은 인명의 살상을 목표로 시행된 실험의 코드네임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 왜 트리니디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와 같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나 책이 없어 평생 궁금해야 했는데, 얼마 전 몰아치기로 읽는 신문에서 다행히도 빠뜨리지 않고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쩌다 보니 4개 일간지를 받아보게 되었다. 당연히 읽을 시간이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아니 볼 수도 없어 시간 날 때 몰아치기로 보고 있다) 핵폭탄의 '신과 같은 위력'이 강조된 그 기사의 서두는 다음과 같다.
1954년 3월 1일, 태평양 중서부 마셜제도의 비키니 환초(環礁) 인근 주민들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을 보고 놀랐다. ‘캐슬 브라보(Castle Bravo)’ 핵실험으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천 배 규모인 15메가톤(TNT 1500만톤의 폭발력)의 수소폭탄이 터진 것이다. 이날 실험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원래 과학자들이 기대했던 최대 산출력은 6.5메가톤이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추가적인 핵반응으로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환경 재앙이 발생했다. 이 지역 환초 중 하나는 완전히 증발해 버렸고, 버섯구름은 160km 이상 날아가 바다로 떨어졌다.....(2021.3.23.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 2편으로 이어짐
※ 읽으면 참고가 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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