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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 마그리트와 '빛의 제국'
    미학(美學) 2022. 3. 13. 04:57

     

    르네 마그리트는 1898년 11월 21일, 벨기에의 레신이라는 마을에서 양복 재단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술가로서의 길을 반대한 다른 대부분의 부모들과 달리 마그리트의 아버지는 아들의 예술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으므로 그는 그리 질곡 없는 예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졸업 후 벽지공장의 디자이너로서 한동안 원하지 않는 일을 한 적은 있지만) 그래서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인지 그림에는 양복과 중절모가 중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르네 마그리트(Reneacute; Magritte 1898-1967)
    '학교 교장'(1955년) / 198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740만 6천달러(약 550억원)에 낙찰된 마크리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환경이 작품에 투영됨은 모든 장르의 예술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일일 터, 마그리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심오한 내면의 깊이가 느껴지는 '양복과 중절모'의 일련의 그림들은 따로 '볼러 햇 맨'(Bowler hat man) 시리즈로 불려지며 인기가 높은데, 앞서 말한 '골콩드(겨울비)'도 같은 계통의 그림이다. ('골콩드'에 등장하는 볼러 햇 맨은 동일 인물 같지만 모두 다르다 / '골콩드'는 '겨울비'의 뜻이 아니라 골콘다라는 인도의 도시 이름이라 한다. '겨울비'는 비내리는 회색 빛 이미지에서 비롯된 듯)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 (1953년) / 캔버스에 유화. 100x81cm
    앞에서 말한 신세계 백화점 공사 가림막
    LG U+ 골콩드 패러디
    하이패션 광고?
    하늘에서 알바소녀 전소미가 비처럼 내려와

     

    또 한 가지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데, 그가 14살 때 겪은 어머니의 자살이다. 1912년 우울증 증상의 정신병에 시달리던 어머니 레지나 베르텡샹이 샹프레 강에 뛰어들어 사망하였고, 어린 마그리트는 어머니가 투신할 때의 모습인 새하얀 치마가 얼굴을 뒤덮은 채 인양된 시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 이미지는 훗날 여러 그림에서 재생되었던 바, <연인>과 <연인 II>, <강에 사는 사람들>은 대표적이다. 

     

     

    '강에 사는 사람들' (1928년)
    '연인' (1927~28년)
    '연인 II' (1928년)
    '연인 II'는 마그리트 인기작 중의 하나로 세계 여러 광고에서 패러디됐다.

     

    이번에 화제가 된 <빛의 제국> 역시 그 기억의 연장선 위에 있다. 마그리트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같이 갔던 공동묘지 납골당 입구의 포플러 나무를 곧잘 회상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어머니가 모셔진 납골당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납골당 앞에 우뚝한 포플러 나무는 그의 많은 작품 속에 투영되었으니,(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 <빛의 제국> 시리즈에도 이 포플러 나무가 등장한다.

     

     

    '9월 16일' (1957년)
    그밖의 유명한 포플러 나무 그림들

     

    마크리트는 <빛의 제국>을 모두 17점 그렸는데, 이번에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두 번째 고액으로 낙찰된(약 7980만달러/957억원) <빛의 제국>은 시리즈 중 가장 큰 그림(114.5x146㎝)이다. (그의 17개 작품 중 가장 작은 크기도 지난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680만달러에 팔린 바 있다) 1961년 완성된 이 <빛의 제국>은 한낮의 하늘과 어둠에 잠긴 주택가를 한 화면에 담아낸 그림으로, 낮과 밤, 빛과 어둠, 즉 인간 생의 반반이 몽환적으로 투영된다. 그래서 대작(大作)임에 공감이 간다.

     

     

    '빛의 제국'의 앞뒤
    경매에 나온 '빛의 제국'
    또 다른 유명한 '빛의 제국'

     

    이 그림은 마그리트의 후원자이자 미술 컬렉터인 피에르 크로웨트의 딸 앤마리(현재 나이 83세)를 위해 그린 그림이다. (앤마리는 마그리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녀는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마크리드가 자신을 위해 가장 큰 사이즈의 <빛의 제국>을 그려주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작품은 그동안 앤마리의 가족이 소유하며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벨기에 마그리트미술관에 임대되었다가 이번에 경매에 나왔는데, 새로운 주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마그리트 작품 속의 앤마리 / '무지한 요정' (1956)

     

    말한 대로 1961년 작 <빛의 제국>은 유럽에서 경매로 팔린 그림 중 두 번째로 비싼 그림으로, 가장 고가였던 그림은 클로드 모네의 일본 다리(The Japanese Bridge) 시리즈 중의 1919년 작 <워터 릴리 폰드(The Water-Lily Pond)>이다. 이 작품은 2008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8030만달러(969억 6225만원)에 낙찰된 바 있는데, 작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모네 그림 <수련이 있는 연못>도 이에 맞먹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중섭의 <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더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수련이 있는 연못>은 (한국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만큼 구입 경로도, 구입 가격도 알 수가 없다. 참고로 말하면 작년 5월 소더비 경매에서 이건희 컬렉션의 것과 흡사한 모네의 <수련>이 거래되었을 때 7040만달러(약 798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워터 릴리 폰드' (1919년)
    이건희 컬렉션 중의 '수련이 있는 연못' (1919년)
    작년에 거래 된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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