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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명(共鳴)에 의해 무너진 건축물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2. 7. 2. 23:58

     

    어제 (7월 1일) 1일 오전 서울 종로 1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이 갑작스러운 진동으로 건물 입주민 등 약 1천 명이 대피하고 출입이 전면통제되는 소동이 있었다. 뉴스에  따르면 오전 10시 25분경 빌딩 9∼12층이 5분 이상 흔들렸다고 하는데, 경험으로 보자면 매우 긴 시간이다. 현장에는 없었지만 과거 일본 지바현 건물 내에서 겪은 약 1분 여의 지진에 의한 진동 경험을 비추어보면 르메이에르 빌딩 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랬을지 이해가 간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냥 맨붕이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

     

    원인은 비교적 빨리 나와서, 오후 1시 50분 경  종로구청 현장 브리핑에서는 "건물안전진단 결과 건물 옥상에 설치된 냉각타워 구조물이 부서지면서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옥상에 설치된 냉각타워 9기 중 1기의 날개(팬)가 부러진 시기와 진동이 있었던 시기가 어느 정도 일치했다"는 것으로, 냉각타워에 달려 있는 날개 4 중 1개가 파손된 채  계속 회전하는 바람에 건물에 진동을 줬다는 설명이다.

     

     

    파손된 약 1m 정도의 냉각타워 날개 / 종로구청 제공사진

     

    그런데 여기서 조금 미진한 점이 있다. 좀처럼 부러지기 힘든 냉각 팬이 왜 부러졌는가 하는 것이다. 단순 노후일까? 내가 의심하는 것은 냉각 팬이 부러지기 이전, 먼저 발생한 건물의 진동이 회전 중인 냉각 팬에 불균형을 가져와 가장 불균형이 컸던 팬 하나를 부러뜨리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이럴 경우 냉각 팬이 쉽게 파손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할 때 사전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은 역시 공명(共鳴)이다.

     

    이 공명은 올해 1월 서울 성동구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디타워 서울포레스트’에서 발생한 건물 흔들림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고,(대한건축학회) 2011년 7월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일어난 건물 진동 사고의 원인으로 결론나기도 했다. 즉 디타워에서는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안무연습실에서 행해진 연습생들의 ‘칼 군무’가 원인으로 지목됐고, 테크노마트에서는 건물 내의 헬스 클럽에서 행한 집단 뜀뛰기가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디타워 서울포레스트


    공명은 진동주기가 같은 물건이 바람, 사람의 활동, 소리 등에 의해 흔들리게 되는 현상으로 이른바 '맥놀이(beat)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 공명은 건축물에게도 작용되는데, 건물 내외부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의 고유 진동과 맞아떨어지면서 생기는 흔들림을 특히 ‘공진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공진현상은 '이런 일이 과연 일어날 수 있는가'하는 의심으로 무시되기도 했으나, 테크노마트 사고 때 전문가들은 2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태보라는 단체 운동을 하며 생긴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사무실이 빈 7월 21일 일요일에 실제 재현으로써 이를 증명했다. (그래서 휘트니스 센터는 한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으며,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강변 테크노마트
    네이트뉴스의 분석보도

     

    역사적으로는 1940년 11월 7일,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 시에서 있었던 타코마 대교 붕괴 사고가 대표적인 공진현상의 사례이다. 이 현수교는 만든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 다리였음에도 다리 고유의 진동과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바람)의 사이클이 우연히 같아지며 다리를 심하게 요동치게 만들었고, 실제로 붕괴까지 이어졌다. (공진현상에 의한 구조물 붕괴는 사실 이외에도 많았을 것이다) 

     

     

    무너지는 타코마 교

     

    이에 앞서서는 1831년에 일어난 영국 브러튼(Broughton) 현수교 붕괴 사건이 유명하다. 당시 500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영국군 1개 대대가 맨체스터 인근의 현수교를 통과할 때  다리가 갑자기 흔들리며 무너졌고, 이로 인해 200여 명의 군인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붕괴의 원인은 병사들이 행군하며 만들어낸 공명이었다. 그들이 동시에 발을 맞추며 만들어낸 소리가 공명을 하며 다리의 진동 폭과 일치되는 순간, 다리가 요동치며 무너지게 된 것이었다. 

     

    면밀한 조사 끝에 공진현상이 붕괴의 원인임을 알아낸 영국군은 차후로는 다리 위에서 절대 발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하달하였다. 이후 영국군은 물론, 다른 나라의 어떤 군대도 다리 위를 건널 때 발을 맞추지 않는다. 

     

    1924년 같은 자리에 새로 건설된 브러튼 교
    브러튼 교의 최근 사진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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