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
율도(밤섬)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사건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5. 3. 08:26
앞서 1편(☞ '한강의 무인도 밤섬')에서 채 설명을 못했으나 밤섬이라는 지명은 와우산에서 본 모양이 밤톨처럼 생긴 데서 유래됐다. 당시에는 한자어인 율도(栗島)로 불렸다. 지금 보면 밤보다는 땅콩처럼 생겼으나, 과거 섬이 작았을 때는 밤톨처럼 보였을 것이니 아래 심사정의 그림에서 당시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마(馬), 판(判), 석(石), 인(印), 선(宣)씨의 5개 희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며, 이들은 앞서 말한 대로 배를 만들고 누에를 치며 생계를 이었다. 주민들은 길이 18m의 장도릿배,15m 정도의 조깃배, 12m 정도의 늘배 등을 만드는 배 목수 일을 했다. 이들의 기술은 꽤 뛰어났던 듯, 상류인 단양·영월에서부터 하류인 김포·강화도에서까지 배를 만들려는 사람..
-
한강의 무인도 밤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5. 2. 23:09
한강의 밤섬은 지금은 무인도이며 들어갈 수조차 없지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살던 섬이다. 조선시대에는 천여 명의 주민들이 고깃배 제작과 함께 누에를 치고 약초를 재배하며 생계를 이었다고 하는데, 까닭에 조선시대에는 섬 전체가 뽕나무 밭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밤섬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이 버드나무와 뽕나무 군락이다. 1968년 섬을 폭파하고 뽕밭을 싹 밀어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를 만들었음에도 다시 섬이 생기고 뽕밭을 이룬 것을 보면 자연의 힘이란 정말로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밤섬에는 1960년대 말까지도 78가구 443명의 주민이 살았다. 하지만 이들은 마포 창천동 와우산 기슭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였고, 1968년 2월 10일 오후 3시 다이너마이트 폭발 굉음과 함께 섬은 폭파되었다. 당시 공..
-
일본서기와 임나일본부잃어버린 왕국 '왜' 2024. 5. 1. 00:01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이 아스카시대에 해당하는 서기 4~6 세기 중엽, 한반도 남부지역(임나)을 정벌해 일본부(日本府)라는 통치기구를 세웠으며, 이후 제후국(번국) 또는 식민지로 삼아 지배했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학계는 이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거짓으로 규정했다. 즉, 일제강점기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구로이타 가쓰미(黑板勝美), 쓰다 소키치(津田左右佶), 스에마츠 야스카즈(末松保和), 이케우치 히로시(池內宏) 등이 에 근거해 만들어낸 가짜 역사라는 것이다. 나아가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된 마저 위서(僞書)로 보았다. 사실 우리로서는 그럴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가 위서라면 거기 쓰여 있는 내용을 깡그리 버려야 옳겠거늘, 일부는 취사선택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동·재동·미동초등학교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29. 21:40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는 서울 종로구 운현궁 부근에 자리한 서울교동초등학교이다. 교동초등학교는 서구식 근대교육을 위해 1894년 9월 18일 관립교동소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그때가 으악! 고종 31년이다. 초기 재학생 수가 130~150명 정도로 적지 않았는데, 필시 교동향교에서 공부하던 학동들이 옮겨왔을 터이다. 교동향교는 교동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유서 깊은 향교였으나 결국 그해 폐교되어 사라졌다. 안타깝지만 교동향교의 훈장님은 졸지에 실업자가 되었을 듯싶다. 관립교동소학교는 1906년 관립교동보통학교, 1941년 경성교동공립국민학교, 1947년 서울교동국민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가 1996년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두번째로 오래된 초등학교는 재동 헌법재판소 건너편에 자리한 서울재동초등학교로..
-
한영수의 명동과 임인식의 가회동미학(美學) 2024. 4. 29. 00:03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임인식, 정범태, 한영수, 홍순태, 황헌만, 다섯 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서울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기획전 이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다. (2024년 4월 26부터 6월 30일까지) 임인식과 한영수 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 이번에는 빨리 전시회를 찾았다. 한남동 라니서울에서 개최되었다가 어제 끝난 한영수 작품의 전시회 'INNOCENCE: 순수의 시간'은 차일피일하다 그야말로 막차를 탔던지라 이번 전시회는 서둘러 나섰던 것이다. 차제에 말하자면 'INNOCENCE: 순수의 시간'은 기존에 알고 있던 한영수의 세계가 아닌 초현실을 다룬 전시회여서 이색적이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잠시 썰을 풀자면 내가 한영수를 알게 된 것은 아래의 '폭우 속의 청계천' 때문으..
-
제주도의 고인돌탐라의 재발견 2024. 4. 27. 06:15
우리나라가 '고인돌 왕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전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한반도에 위치한다. 전체적으로는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방을 비롯한 유럽과 서아프리카, 서아시아, 동아시아 등지에 8만여 기가 분포하는데, 특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남만주 지역과 일본의 규슈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중 남한에서 확인된 것만 3만 5000기가 넘는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대충 짚더라도 북으로는 휴전선 근방인 연천, 양구, 철원 등지에서 고인돌 무리를 찾을 수 있고, 강화, 인천, 용인 등지를 거쳐 전북 고창에서도 한 무리가 출현하며, 다시 광주와 대구, 전남 화순, 포항, 김해 등에서도 한 무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특이한 돌은 바다를 건너 완도에서도 무리로 나타..
-
구스타프 클림트의 '리저 양의 초상'미학(美學) 2024. 4. 25. 18:44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은 나올 때마다 화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은 지난 2019년, 도둑맞은 지 22년 만에 그 도둑맞은 이탈리아 미술관의 외벽 속에서 고스란히 발견돼 크게 화제가 되었다. (☞ '기적적으로 발견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그런데 엊그제,(현지시간 24일) 모두가 사라진 줄 알았던 클림트의 그림 한 점이 임 킨스키 경매에 나왔고, 3000만 유로(약 441억원)에 팔려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클림트가 1917년에 그린 '리저 양의 초상'(Portrait of Fräulein Lieser)이라는 그림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그림은 클림트가 사망하기 1년 전에 오스트리아 ..
-
용산의 부군당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25. 06:48
용산 원주민으로 짐작되는 연세든 사람에게 부군당(府君堂)의 위치를 물어보면 모두가 잘 알고 있을뿐더러, 더러는 어느 부군당을 찾느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용산에는 그만큼 부군당이 많다는 뜻이니 대충 짚어봐도 이태원, 동빙고동, 서빙고동, 한남동 등에 있다. 용산구 용문동 고개에 있는 남이장군 사당이나 보광동 오산중·고등학교 부근의 흥무대왕 김유신 사당도 부군당에 속한다. 까닭에 용산에만 유독 부군당이 많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것은 서울의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신당(神堂)이라 더욱 그러한데, 2008년 용산문화원에서 펴낸 이라는 책에는 각 부군당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에 관한 설명은 따로 없다. 하긴 용산문화원이라고 그 이유를 알 리 없을 터, 사실 부근당이라는 단어의 유래나 뜻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