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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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중림동)에 살던 사람들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6. 21:42
만리동이라는 명칭은 만리재(萬里재) 혹은 만리현(萬里峴)에서 유래되었다 둘 다 만리고개라는 의미이니 같은 소리인데, 조선 세종 때의 학자이자 관료였던 최만리(崔萬里)가 이 고개에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반대해 신하로써 익히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가 올린 상소에는 반대의 이유가 분명하다. 대국 중국이 쓰는 문자인 한문을 버리고 제멋대로 글자를 만들어 쓰는 것은 여진이나 일본 같은 오랑캐들이나 하는 짓이니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그는 중국에 대해 늘 "쎼쎼"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자였던 같다. 이에 세종대왕은 불같이 화를 냈다. "제 나라 문자를 가지면 오랑캐란 말이냐? 나는 백성들이 우리나라 말을 우리 식으로 편히 적게 하려는 것이거늘,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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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념물 1~5호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5. 22:24
이번에 잠원동의 '잠실리 뽕나무'를 찾아가며 '서울시 기념물'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지하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내(內) 역사적으로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시(市) 차원에서 지정·보호하려는 목적으로서, 지금까지 44호가 지정되었다. 다만 종로구 세검정이나 이화장(이승만 대통령 사저)처럼 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국가 사적으로 승격되며 지정 해제된 곳도 있고, 자양동 낙천정 터처럼 장소 불확실 및 고증 미흡 등의 이유로 가치가 상실돼 해제된 곳도 있다. 마침 1~5호는 모두 1~2년 사이에 다녀온 곳이라 최근 사진을 소개한다는 의미로 포스팅해 보았다. 1~5호의 개관은 아래와 같다. 번호 이름 (한문표기) 소 재 지 지정년월일 1호 잠실리(蠶室里) 뽕나무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1-54 1973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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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나루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뽕나무와 가장 비싼 아파트가 있다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3. 22:35
앞서 말한 새말·사평나루 근방에는 잠원나루가 있었다. 잠원한강공원 신사나들목 입구에 위치한 '잠원 나루터' 표석을 보면 잠원나루는 「한남대교 북단 한강진(漢江鎭)에서 말죽거리 원지동을 거쳐 삼남지방(충청·영남·호남)으로 이어진 교통 중심지였음」이라고 되어 있으나 주변의 이수나루와 더불어 작은 나루였다는 것이 이곳 토박이들의 증언이다. 다만 이 작은 나루가 왕실과는 관계가 깊었으니 역대 임금이 헌인릉, 선정릉 행차 시 도강(渡江)하였고, 문정왕후와 같이 불심 깊은 사람은 봉은사 왕래 시 이 나루를 이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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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신사동 나루를 배 타고 건너던 시절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2. 22:28
새말나루는 조선시대 한강 사평리(沙坪里)에 있던 나루터였다. 새말과 사평리는 생소한 지명이겠지만 강남구 신사동은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강남구 신사동은 새말의 새(新) 자와 사평리의 사(沙) 자가 합쳐져 생긴 동명(洞名)으로, 1962년까지는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에 속했다가 1963년 서울시 성동구에 편입되었고, 1975년 분구(分區)가 이루어지며 강남구에 속하게 되었다. 사평리는 문자 그대로 '모래밭 마을'로, 고려시대에는 사평도(沙坪渡)라 불리었다. 아울러 나룻가에 사평원(沙坪院)이라는 역원(驛院)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같은 구전에 의지하자면 마을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된 듯하다. 잠원 한강공원에 세워진 표석에 따르면, 사평리는 조선시대에도 한남동 한강나루터와 이어지는 나루터가 있어 상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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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빨치산 정순덕 여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4. 1. 07:28
기억하실 분은 거의 없겠지만 20년 전 오늘은 정순덕이 죽은 날이다. 제목대로 그는 최후의 빨치산이라 불리는 사람으로, 내가 여사라는 호칭을 붙인 것은 그저 그가 여자임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정순덕에 대해서는 "하동 사람은 아이들이 울면 '그러면 호랑이가 와서 잡아간다'가 아니라 '정순덕이 와서 잡아간다'고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여자였던 것이다. 앞서 '하동 쌍계사와 빨치산 토벌대장 차일혁 총경'에서 말한 바 같이 차일혁 대장이 이끄는 토벌대가 지리산 화개동천 빗점골에서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을 사살했을 때가 1953년 9월이었다. 그런데 다시 토벌대가 산청군 내원리에서 최후의 빨치산 이홍희를 사살하고 정순덕을 생포했을 때가 1963년 11월 12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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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목사 이원진과 하멜 일행의 대화가 담긴 재미있는 장계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31. 00:16
1653년 8월 16일 가파도에서 체포된 36명 하멜 일행은 대정현에서 일차 조사를 받고 8월 21일 제주목으로 이송되었다. 그렇다고 묶여 끌려간 것은 아니고 조랑말이 제공되었으며 부상자들은 들것에 실려 이송됐다. 하멜은 이튿날 오후 Mocxo가 있는 Moggan에 도착했다고 썼는데, 여기서 Mocxo가 제주 목사(牧師)를 가리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Moggan에 대해서는 제주목아를 가리키는 '목관'(牧館)이라는 해석과 제주 목의 안[內]을 가리키는 '목안'이라는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여기서 흔히 Moggan은 목관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 목사의 관사 혹은 목아가 목관으로 불린 용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멜이 한자를 알고 있다면 그렇게 단어를 만들어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럴 리는 만무하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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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이전에 부활한 예수 시대의 사람들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4. 3. 30. 06:55
작년 부활절은 4월 9일 일요일이었다. 그것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인천에 갔다가 연안부두 8부두 부근의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을 사진에 담아와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이다. 일부러 부활절 날에 맞춰 그랬던 것은 아니니, 그 동기를 적은 당시의 글을 다시 올리자면 이렇다. 우리나라 프로테스탄트의 시작은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와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제물포항에 내리면서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언드우드와 아펜젤러는 원래 1884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으니 그해 발생한 갑신정변으로 인해 일본 요코하마에서 발이 묶였다. 그러다 국내 정세가 조금 안정된 이듬해 1885년 4월 5일 부활절 날 아침, 제물포항에 역사적인 첫발을 디디었다. 호러스 언더우드는 26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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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와 새롭게 밝혀진 월지 출토 유물의 연대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9. 23:42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사전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① (문어) 무엇이든 우연히 잘 찾아내는 능력 ② 운 좋은 발견 ③ (-ties) 재수 좋게 우연히 찾아낸 같은 제목의 멜로 영화도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이것을 보면 세렌디피티는 인관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단어인 것 같다. 영화는, 우연히 만나 좋은 감정을 느낀 남녀가 그 짧은 만남을 끝으로 기약 없이 헤어지지만 7년 후 우연찮게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모두 결혼을 앞둔 상태였던 바.... (주인공은 존 쿠삭과 케이트 베킨세일이며 2001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스토리를 보면 세렌디피티는 인간관계보다는 아마도 장소를 지칭한 듯하니, 남자 주인공이 옛 일이 그리워 찾아온 스케이트장이 세렌디피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