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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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과 한(漢)의 쟁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8. 23:51
앞서 '고조선과 연(燕)의 쟁투'에서 말했듯 기원전 4세기 고조선은 연나라 장수 진개(秦開)의 침공으로 국토의 서쪽 지방을 잃는다. 반면 연나라는 국경을 만번하(滿番汗)까지 전진시키니, 조양(造陽)에서 양평(襄平)에 이르는 장성을 쌓고 상곡(上谷), 어양(漁陽), 우북평(右北平), 요서(遼西), 요동(遼東)의 여러 군을 두어 오랑캐를 방어했다고 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사서의 기록이니만큼 별 이론(異論)이 없다. 이후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자 시황제 정(晸)은 몽염(蒙恬)으로 하여금 북으로 흉노를 치게 해 하남 땅을 손에 넣고, 진 · 조 · 연의 장성을 연결시키게 하니 언필칭 만리의 장성이 요동에 이르게 된다. 를 보면, 이때 조선은 진나라가 공격할까 두려워 진나라에 복속했지만 친조하지는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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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하멜의 불운한 항해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6. 03:06
개인적으로 제주도 제1경으로 꼽는 서귀포시 안덕면의 용머리 해안은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1630~1692) 일행이 난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1653년 6월 14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 64명이 상선 스페르베르호를 타고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자카르타)를 출발해 나가사키를 향했으나 목적지에 이를 무렵 태풍을 만나 표류했다. 배는 8월 16일 제주도 남쪽 해안으로 쓸려왔는데, 선원 64명 가운데 26명이 익사해 생존자는 36명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하멜은 그 생존자 가운데 1명이었다. 그곳 용머리 해안에는 이들의 도착을 기념해 건립한 '하멜 기념비'가 산방산을 배경으로 서 있고, 해안에는 하멜 일행이 타고 온 배를 재현한 전장 36.6m, 갑판 높이 11m의 하멜상선전시관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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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지의 비변십책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6. 00:03
앞서 1892년 일본공사로 부임했던 오이시 마사미의 지적을 언급한 바 있다. 다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조선은 이미 망한 나라이다. 그저 다른 나라가 아직 이 땅을 집어삼키지 않고 있을 뿐이다. 조선은 이른바 국가를 조직하는 뼈대가 모두 무너져내려 국가라고도 할 수 없는 절망의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은 강대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국경에 방위할 군사를 단 1명도 배치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안에 군함이나 군항이 전혀 없을 정도로 국방력이 허약하니 아프리카 토인보다 못한 세계 최악의 지경이다. 아울러 관리들의 부패와 뇌물 수수로 정부의 재정은 매우 궁핍하고 경제전반은 침체되었으며 근대식 교육마저 미비해 앞으로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이러한 국가 위기를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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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망한 조선을 예견한 이사벨 비숍과 일본공사 오이시 마사미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5. 00:36
창덕궁 흥복헌이 속한 대조전 일대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그 작은 전각을 보고 싶었던 것은 1910년(융희 4) 8월 22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렸던 곳이기 때문이다. 흥복헌의 마지막 조회를 끝으로 순종 황제는 일제에 의해서 미리 작성된 조칙에 어보(御寶)를 찍었다. 국가의 주권을 일본제국의 황제에게 넘길 것이니 이에 대한 제반 문제를 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 데라우치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한일 합병조약에 대한 전권 위임장으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짐은 동양의 평화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한일 양국의 친밀한 관계로서 서로 합하여 일가가 됨은 서로 만세의 행복을 도모하는 소위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제국의 통치를 통틀어 짐이 매우 신뢰하는 대일본제국의 황제 폐하에게 양도할 것을 결정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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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에서 태어난 이순신 장군 & 같은 동네 살던 류성룡 대감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3. 22:45
흔히들 이순신 장군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충청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아산 현충사 및 그곳에서 멀리 않은 곳에 위치한 무덤 때문이리라. 보통 타지에서 생활하다 죽더라도 고향 선영에 장사지내는 것이 통례이기에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 이후를 잠시 좇아가면, 1598년 유해는 노량 바다에서 남해군 관음포로 옮겨져 잠시 안치되었다가 강진 묘당도 월송대로 이장돼 80일 간 모셨졌다. 이후 1599년 2월11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금성산에 장사 지내졌다가 전사 16년 뒤인 1614년(광해군 6) 왕으로부터 선무공신의 칭호를 받고 좌의정으로 추증된 후 현재의 아산 삼거리 어라산 자락으로 옮겨져 안장되었다. 아산 현충사와 9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 유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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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와 그 주변 인물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1. 21:44
오래전에 봤던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는 주인공 네이던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 분)가 개화기의 일본에서 레버 액션 라이플을 파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기억된다. 레버 액션 라이플은 방아쇠울을 장전용 레버로 만들어, 레버를 앞으로 밀고 당기는 것으로 탄피 배출과 장전을 하는 수동 연사식 소총으로서 빠른 속사가 가능한 우수한 화기였다.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알그렌은 퇴역 후 별볼 일 없이 지내다 무기상에 고용돼 일본에 총기를 팔러 가게 되고, 당시 일본의 시대적 요구에 의해 메이지 정부군의 교관이 된다. 이후 지방의 강력한 번주(藩主)였던 카츠모토 모리츠쿠라는 다이묘가 일으킨 내란에 맞서 싸우다 카츠모토에게 감화되어 역으로 메이지 정부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스토리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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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과 연(燕)의 쟁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20. 19:35
사마천의 권34 '연소공세가'(燕召公世家)에 따르면 '연나라는 밖으로는 만맥(蠻貉)의 압력을 받았고, 안으로는 제(齊)나라·진(晉)나라와 국경을 함께 하며 강국들 사이에 끼어 있던 변방의 가장 약소한 나라로서 여러 번 멸망의 위기를 겪었다'고 되어 있다. (燕外迫蠻貉 內措齊晉. 崎嶇彊國之閒 最為弱小 幾滅者數矣) 즉 연나라는 춘추시대를 거치며 멸망하지 않고 존속되기는 했으되 강국 제나라와 진(晉)나라에 치었는데, 그나마 멸망하지 않은 것은, 1. 제나라가 여러번 도와줌 2. 진나라가 한·위·조의 세 나라로 분리되며 세력이 약화됨 3. 만맥의 침략이 나라의 존망을 위협할 정도는 되지 않았음 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는 것이다. 에서 말하는 만맥, 즉 맥족 오랑캐는 맥족의 고조선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아래 지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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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항문학 시대를 연 시인 유희경과 도봉계곡작가의 고향 2024. 3. 19. 18:26
두 번째 다시 만난 그 열흘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생전에 다시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속되게 이해하자면 그간 변해버린 외모에 상호 실망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유희경의 문집인 을 보면 두 사람의 재회는 처음 만나고 나서 적어도 15년이 흐른 뒤에 이루어진 것이었으니, 매창에게 20살 때의 아름다움이 남았을 리 만무하다. 매창보다 28살이 많았던 유희경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나의 경험에서 빌려온 가정이지만 두 사람이 이렇듯 저급했을 리 없을 터, 그보다는 사회적 신분이 끝내 제약이 되었을 것이다. 나이로 볼 때 매창은 그때 현역에서 물러난 퇴기(退妓)였을 것이나 여전히 관비나 관기 신분이었을 터, 특별히 면천(免賤)되지 않는 한 유희경의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모르긴 해도 유희경 또한 소실을 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