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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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동반가사유상과 중국 사유보살상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3. 15. 21:59
과거 우리나라 역사유산이 '한국미술5천년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본과 미국 각 도시에 순회 전시될 때 가장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단연 금동반가사유상과 신라 금관이었다. 금관의 경우, 언뜻 흔할 듯 여겨지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출토된 금관의 수는 13개에 불과하다. 그중 9개가 한국에서 출토돼 현재 8개는 한국에 있고 나머지 1개가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있다. 신라의 화려한 금관에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자에 따라 숫자에 약간 차이가 있고, 신라의 것은 망자의 얼굴에 씌우는 데드 마스크라는 말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금관보다 반응이 더 뜨거웠던 것은 금동반가사유상이다. 여기서 반가(半跏)는 반(半)가부좌의 뜻으로 가부좌 형태에서 한쪽 다리 자유롭게 내린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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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철의 제국 히타이트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3. 11. 23:51
세계 최초로 철기 사용을 보편화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원전 17∼13세기 이집트, 아시리아와 함께 '오리엔트 3대 강국'으로 군림했던 나라. 바로 히타이트다. 그 히타이트 제국의 유물 212점이 서울에 왔다 하기에 부푼 마음으로 전시장인 한성백제박물관을 찾았다. 히타이트의 유물을 직접 보는 것은 과거 히로시마대학 박물관 이후 거의 20년만이라 셀레이기까지 했다. 조금 연배가 있는 분들의 기억에는 인류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민족이라는 강력한 첫인상으로 남아 있으리라 여겨지는 히타이트다. 하지만 이후 고고학의 발전에 따라 인류 최초의 철기 사용 민족은 히타이트가 아니라 기원전 2천 년 경의 아르메니아인(人)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다만 청동기와 철기 야금술을 보편화시킨 민족은 어디까지나 히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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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 시기의 유일한 불상인 서울 뚝섬 출토 금동불좌상초기 백제를 찾아서 2025. 3. 8. 23:47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 금동연가7년명여래입상(金銅延嘉七年銘如來立像)이라는 사실을 앞서 말한 바 있다. 이 불상은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한 약 100년 뒤인 539년 만들어진 것으로서 배면에 각자(刻字)된 4행 47자의 명문(銘文)이 제작연도 등을 확인시켜준다. 이 불상은 전신 높이 16.2 cm, 불상 높이 9.1 cm, 광배 높이 12.1 cm, 좌대 높이 4.1 cm이며 1963년에 경상남도 의령군 대의면 하촌리에서 도로공사 중 발견된 후 곧바로 국보로 지정되었다. 이 불상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에 전시 중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오래된 불상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 조각실에 있는 금동불좌상이다. 서울 뚝섬에서 출토된 4.9 cm 높이의 이 자그마한 금동불은 명문 같은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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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본 남산길(I) -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외교구락부까지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3. 7. 23:38
지난 주말 서울 남산을 찾았다. 예전에는 당연히 둘레길 한 바퀴 도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살라미로 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됐다. 요즘 많이 쓰이는 살라미의 뜻은 하나의 큰 목표를 여러 개의 작은 단계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으로, 고대 이탈리아에서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짐승의 고기를 작게 썬 후 소금을 발라 염장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 전략이 통해 목표한 남산 소파로를 무사히 걸었다. 출발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2번 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2번 출구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는 프린스호텔은 앞서 설명한 대로 일제강점기 경성미술구락부가 있던 곳이다. 경성미술구락부는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 불기 시작한 조선 미술품 수집 열풍에 편승해 세워진 미술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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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학아세의 전형 國家安康 君臣豊樂과 헌법재판소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3. 3. 23:26
곡학아세(曲學阿世)는 '학문을 왜곡하여 권력과 인기에 영합하는 일'을 이르는 말로, 학문을 하는 자가 가장 경계하고 금기시해야 할 행동으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릇된 행동으로 권력에 야합한 예는 비일비재하다. 학문을 하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사고를 가지고 있으란 법은 없기 때문인데, 그중에서 일본 전국시대 말기에 벌어진 호코지(方広寺)란 절의 범종에 새겨진 글씨를 잘못 해석한 일은 대표적 곡학아세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의 승리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의 세력을 누르고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는 히데요시 파의 잔존 세력을 누르기 위한 작업을 획책한다. 그중에 교토 호코지 대불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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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에 생각해본 낙랑국 왕조(王調)의 독립운동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3. 1. 23:22
낙랑은 기원전 108년 한무제가 조선을 멸망시키고 그 고토에 세운 4개의 군(郡) 가운데 가장 오래 존속했던 번국이며 또 고대 한민족에 영향을 큰 영향을 미친 번국으로, 우리나라의 북방 고대사는 이 낙랑국(혹은 낙랑군)과의 패권 다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설이긴 하지만 낙랑국 멸망을 배경으로 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운의 러브 스토리는 고구려의 낙랑국 멸망이 얼마나 힘든 역정이었는지를 대변한다. 낙랑공주가 사랑하는 고구려 왕자를 위해 찢었다는 자명고(自鳴鼓)는 '스스로 울리는 북'이라는 뜻이다. 낙랑국이 보유하고 있는 이 북은 적군이 칩입하면 스스로 울려 위급을 알렸다. 이에 방비가 용이할 수 있었던 바, 고구려군은 낙랑 공략에 번번이 실패를 해야 했다. 그러던 중 고구려 대무신왕(재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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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동 보문사와 남로당 박헌영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7. 21:36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보문사는 고려 예종 10년(1115)에 담진국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하는 확실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적기(寺跡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어지는 기록도 없어 고려시대 창건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노릇이다. 사적기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퇴경(退耕) 권상로(1879~1965)가 저술한 로서 이 절이 예로부터 비구니 사찰임을 말하고 있다. 그러다 2017년 대웅전 중수 공사 중 1747년(영조 23) 최초 중건되었다는 상량문이 나와 사찰의 연혁이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는데, 1972년에는 조계종이나 태고종 등에 속하지 않은 대한불교 보문종이라는 독립된 종단을 설립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비구니종단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독보적 길을 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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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보광사와 둔지미 부군당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5. 23:37
전국에 보광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파주 보광사로, 대웅보전을 비롯해 은근히 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한 사찰인데, 최근에는 보광사 동종이 보물로 지정되어 모두 9개의 국가유산을 자랑하게 되었다. 보광(普光)은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이 널리 사해에 미친다'는 뜻이라고 하니 사찰명으로는 더 없이 적합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남양주 천마산 아래에서도 보광사를 만날 수 있으니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리의 보광사가 그것이다. 이 절은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계곡에서 추사 김정희의 글씨들을 대면할 수 있는 뜻밖의 장소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글은 사찰 입구 다리 앞 바위의 '碧波洞天'(벽파동천) 및 계곡 바위에 새겨져 있는 '石丈(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