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
원경왕후와 대자사 & 몽유도원도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1. 13. 17:29
tvN에서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 '원경'은 태종 이방원의 아내 원경왕후에 대해 조명한 사극이다. 지금껏 태조 이성계의 경처(京妻, 서울 거주 부인) 신덕왕후 강씨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졌으나 원경왕후 민씨를 주인공으로써 극화한 것은 '원경'이 최초인 듯하다. 원경왕후 민씨는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했던 철의 여인이지만, 외척의 발호를 염려한 태종에 의해 아버지 민제와 남동생 민무구와 민무질을 잃은 비운의 여인이기도 하다. 원경왕후는 양녕·효녕·충녕대군의 어머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양녕·효녕·충녕대군에 얽힌 일화들이 워낙에 잘 알려져 묻어 유명세를 탄 경우인데, 그중 셋째 충녕은 조선 역사상의 가장 훌륭한 왕으로 칭송받는 군주가 되었으니 2004년 세종시라는 비합리적인 도시가 비정상적..
-
팔당 두미협과 고안 수위관측소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1. 11. 18:47
한강은 금강산 단발령(斷髮嶺)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팔당 두물머리에서 합쳐져 서해로 흐르는 물줄기다. 그 물줄기는 약 500km(남한강 기준)를 흐르는 동안 유·무명의 승경을 창출하는데, 일찍이 겸재 정선은 한강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반해 서울의 명승들과 한강 주변의 경치를 화폭에 담았다. 그것이 유명한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이다. 경교명승첩>은 '서울과 그 주변의 명승을 담은 그림집'이라는 뜻이다. 그 그림집은 옛날과 지금의 모습을 견주어 비교할 수 있어 금석지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게도 하고, 그곳에 그려진 정자와 같은 옛 집들은 문화유산을 복원 또는 재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강 그림에는 정수영이 1795~1797년에 걸쳐 한강과 임..
-
서라벌 · 셔블 · 설울 · 서울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5. 1. 8. 20:37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기하게도 서울은 다른 지명과 달리 순수한 우리말이라 달리 한자로 쓸 수가 없다. 그런데 또한 신기하게도 그 뜻을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더불어 어원을 아는 사람도 없다. 그저 옛부터 수도(Capital)를 서울이라 불렀다는 것 정도만 정설로서 통용되니, 미국의 서울은 위싱톤 D.C이고 일본의 서울은 도쿄이며 대한민국의 서울은 서울이다. 외국 사람도 서울을 '서울', 혹은 이에 가깝게 부르니 서구권에서는 '쎄울'(Seoul)로 발음하고, 아랍어로는 '씨울'('سيول')또는 '쑤울'('سول')이며, 일본에서는 '소우루'(ソウル)이다. 알바니아어로는 '서울'(Sëul)로 정확히 발음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쇼엃', 혹은 '셔엃'이라 부른..
-
무거운 마음으로 경청한 덕소 득수리 전설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5. 1. 7. 18:18
서울 근교에 석실마을이라 불리는 동네가 두 곳 있다. 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 석실마을이요, 다른 한 곳은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의 석실마을이다. 둘 다 안동김씨 문중과 관계가 있는 곳으로서, 얽혀 있는 이야기도 비슷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헛갈리는 부분이 상당했는데, 그 두 곳을 두어 차례 실사한 지금은 확실한 개념 정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보고서 같은 것을 앞서 포스팅한 바 있다. ※ 남양주시 수석동 석실마을은 '서울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ㅡ 조말생 묘가 있는 석실마을'에서,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의 석실마을은 '선원 김상용은 정말로 자폭 순절했을까?'에서 다루었다. 서울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ㅡ 조말생 묘가 있는 석실마을전설 따라 삼백만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
인왕산의 근거 박약한 국사당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5. 1. 5. 21:26
국사당(國師堂)은 조선시대 국가의 제의(祭儀)를 행하고,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기원하는 신당이었다. 하지만 국사당과 설립과 관련돼 전래되는 이야기들은 국가적 차원의 것은 아니니, 민간 무속신앙으로 일환으로 조선초 국사(國師)였던 무학대사를 모셨던 까닭에 국사당이라 불렀다는 설과 함께, 태조 이성계에 얽힌 노파 부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설이 존재한다. 후자에 대한 상세는 이러하다. 함경도 영흥(永興) 어느 마을에서 비를 만난 이성계가 노모와 딸이 사는 허름한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피곤에 지친 이성계가 잠시 눈을 붙였는데, 집이 무너지며 대들보 세 개가 몸에 덮치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깬 이성계가 집주인 할머니에게 꿈 얘기를 하자 왕이 될 것이라는 해몽이 나왔다. 몸 위에 대들보..
-
남산 왜성대공원과 한양공원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 4. 22:36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공원은 인천항 개항 초기인 1888년 인천 응봉산(鷹峰山) 일대에 조성한 각국공원(지금의 자유공원)이다. 각국공원이란 명칭은 이 공원이 주변 조계지에 사는 외국인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붙여진 듯 보이는데, 공원을 설계한 사람도 우크라이나인 사바틴이다. 이 공원은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경과 석양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최초의 공원은 종로 탑골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시기가 명확지 않으니, 입구 안내문에서는 공원 조성 연대를 1890년대라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타 대부분의 책에서도 '당시 개항장의 해관(관세청)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고빙되었던 영국인 총세무사 죤 브라운(Brown, J. Mcleavy)이 1897년 탑..
-
을사년 벽두에 찾아본 남산 갑오역기념비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 1. 20:36
앞서 '서울의 노기(乃木) 신사'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그것이 2019년 12월로 벌써 5년 전이다. 이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남산 노기신사 터를 들렀는데, 일대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여기서 일대라 함은 남산 밑 예장동 8번지 부근의 옛 조선총독부 터, 노기신사 터, 경성신사 터, 갑오역 기념비 터 등으로,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일대 16만7000㎡에는 미래 창조산업, 즉 확장현실(XR), 영상, 미디어, 웹툰, 게임 분야를 지원할 산업별 인프라 6개소가 2027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른바 '서울 창조산업허브' 계획이다. 여기서 옛 조선총독부 터, 노기신사 터, 경성신사 터에 대해서는 누차에 걸쳐 언급되었던 바, 오늘은 갑오역 기념비 터에 대해 말해보기로 하겠다. 서울 창조산..
-
두 곳 중 하나는 사라질 한남동 부군당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4. 12. 31. 22:35
앞서 '용산의 부군당'에서도 언급했거니와, 서울에서도 용산에만 부군당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서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한강의 일부였던 옛 용산강과 관련짓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뱃일로 삶을 영위하는 마을 주민들이 안녕을 기원한 장소일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이태원·동빙고동·서빙고동·한남동의 부군당 외에 용문동 고개에 있는 남이장군 사당이나 보광동 오산중·고등학교 부근의 흥무대왕 김유신 사당도 부군당에 속한다. 아무튼 전래의 무속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이상의 장소를 두루 살펴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한남동에 있다는 두 곳의 부군당을 찾지 못했다. 이 일에 대해서도 앞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 그 두 곳의 장소를 모두 찾았던 바, 한 해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