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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한말 러시아 외교관이 본 한국의 나침반 용도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3. 12. 11. 23:49

     

    남양주 실학박물관에는 매우 정교하게 제작된 항해용 나침반이 1점 전시돼 있다. 이 나침반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 후쿠오카시립박물관 전시물의 복제품이다. 안내문에는 "나침반은 중국에서 처음 발명된 것이지만, 항해에 사용할 수 있는 나침반은 1302년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조야(Flavio Gioia)가 현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쓰여 있다.
     
    실학박물관에 있는 전시물이니만큼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 18세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선각자들은 그와 같은 선진 도구를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라 자체가 쇄국을 하여 실용화되지 못했을 뿐 우리도 서구의 나침반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바다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였구나'하고 생각했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의 다음과 같은 글은 나의 생각을 뒷받침하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규경의 호 '오주'는 '5대양6대주'의 줄임말이다)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여 유무상조(有無相助)하는 것이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 홀로 우리나라만이 다른 나라와 무역하면 전쟁을 야기시킬 틈을 줄까 봐 두려워하여 감히 장사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약하고 남달리 빈곤한 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개국론> 
     

     

    실학박물관의 나침반

     
    하지만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펴낸 <러시아 외교관이 바라본 근대 한국>이라는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이 전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포지오라는 러시아 외교관이 19세기말 저술한 책이다. 1851년 태어난 포지오는 1880년대 외교관으로서 중국 일본 등의 극동지방에 주재하며 한국에 관한 자료를 소상하고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정리했다.
     
    그러나 그는 1989년 39세의 나이로 요절하는 바람에 자신의 원고를 직접 출간하지 못했고 1892년 페테르부르크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 책은 보면 우선 내용의 방대함에 놀라게 되고,(국역 540쪽) 읽고 나면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록에 놀라게 된다. 틈나는 대로 그 기록들을 소개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우선 그가 적은 한국인의 나침반 쓰임새에 대한 기록을 옮겨보도록 하겠다.  
     
     
    한국의 어부들은 밑바닥이 평평하고 2개의 돛을 단 정크선을 타고 바다에 출어하고 있다. 갑판은 서로간에 단단히 죄어져 있지 않은 판때기로 만들어져 있다. 그것들은 구멍이 뚫려 있는 거적때기로 덮여 있다. 모든 끈과 밧줄은 해초로 엮어놓은 것이다. 각각의 정크선에는 1개의 닻만 있는데, 그것도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선박에 승선하는 어부의 수는 30명에서 60명까지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이와 같은 선박을 타고 심지어는 넓은 바다에서 고래의 추적을 감행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부들 스스로도 자기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1882년에 포경업에 사용하고 있는 모든 현대적인 장비와 방법들을 습득하기 위해 일본의 포경선 선원들을 초청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선들은 연안에서 멀리 벗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아직까지도 어부들이 나침판에 대해서 거의 아무런 지식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침판이 이미 오래전에 한국에 알려진 것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기이한 일이다. 알려진 바로 제주도를 오가는 단 한 척의 정크선에만 바다를 항해하는 데 필수 기구인 나침판이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나침판은 단지 주술사(지관)들만 사용하는 도구일 뿐으로, 그들은 자력(磁力)을 이용하여 무덤을 조성하기 위한 행운의 자리를 신속하게 발견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의 나침판은 나무나 청동으로 만든 둥근 케이스로 되어 있으며, 그 내부의 표면에는 24개의 주기표가 각인되어 있다. 바늘은 항시 남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4개의 주요방위(동서남북) 사이는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남ㅡ동,북ㅡ동 등과는 달리 동ㅡ남, 동ㅡ북, 서ㅡ남, 서ㅡ북으로 구분되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운도(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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