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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교와 기독교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0. 7. 15. 06:39

     

    괴로움에 지쳐버린 한 청년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의 40층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었다. 인근의 경찰이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곳은 몇 미터 아래의 이웃 빌딩 옥상이었다. 제발 안전하게 돌아오라는 온갖 탄원도 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윽고 그곳 교구의 신부가 나타나 그와 대면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거라, 내 아들아. 너를 사랑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보거라."

    신부는 사랑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자살 희망자에게 말했다.

     

    청년이 대답했다.

    "그들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 뛰어내리겠어요."

     

    "안 돼, 내 아들아. 멈춰!"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신부가 다급히 외쳤다.

    "너를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해보라."

    "나를 사랑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뛰어내리겠어요."

     

    신부가 다시 애원했다.

    "그러면 오직 너를 사랑하시는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을 생각해보라."

     

    청년이 물었다.

    "예수와 마리아와 요셉이라구요? 그들이 누굽니까?"

     

    그러자 신부가 소리 질렀다.

    "뛰어내려, 이 유대인 새끼야! 뛰어내리란 말야!"

     

     

    이상은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가 만들어낸 오래된 연작(連作)의 농담 가운데 한토막이다. 그의 농담은 촌철살인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대부분 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유대교에 대해서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이 농담을 이해할 법한 목사님들조차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까닭이다.

     

    앞서 '성명서(코로나 19와 예배)로 본 예수교장로회의 무지'에서 보여줬듯이 대부분의 한국의 성직자들은 이스라엘이 기독교를 믿고 있는 줄 알고 있거나 혹은 유대교와 기독교가 사촌쯤되는 종교로 알고 있다. 하지만 유대교와 기독교는 완전 별개의 종교로, 동물로 비유하자면 침팬지와 인간만큼이나 다르다. 멀리서 언뜻 보면 비슷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둘은 엄연히 다른 동물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대인 중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오직 유대교를 믿기에 예수와 마리아와 요셉이 누구인지 당연히 알지 못하며, 까닭에 기독교도들은 그들이 못마땅하다. 그들도 야훼 하나님의 족속이거늘 어찌 예수와 마리아와 요셉을 모르는가 하는 것이다. 위 이야기 속의 신부가 예수와 마리아와 요셉을 알지 못하는 청년을 유대교도로 단정해 뛰어내리라고 외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못마땅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유대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들은 예수가 누구인지 모르며 관심도 없다. 하지만 유대교에서의 예수에 대한 정의는 분명하니, 그는 유일신 여호와에게 배교(背敎)한 배신자이자 메시아를 사칭한 사기꾼이다. 이슬람교에서조차 예수는 이사(عيسى)라고 하는 중요 선지자로서 존경받고 있지만,(이사 이븐 마리암, 즉 '마리아의 아들 예수'라는 말은 꾸란에 16번이나 등장한다) 유대교에서의 예수는 한낱 사기꾼이요 신성모독을 행한 범죄자일 뿐이다.

     

    그렇다고 유대인이 그것 때문에 분노하지는 않는다. 그저 무관심할 뿐이다. 그들에게 기독(基督), 즉 예수 크리스트는 경배의 대상이 아니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인데,(유대인들이 믿는 신은 오직 야훼라는 유일신뿐이다) 다만 기독교에서 유대교의 경전인 미크라(Miqra)*를 구약성서라며 제멋대로 갖다 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심하게 분개한다. 자신들의 성서를 왜 멋대로 갖다 쓰며, 또 그것을 왜 구약(the Old Testament)이라 부르며 구태의연한 경전 취급을 하는가, 분노하는 것이다.**

     

    * '읽을거리', '암송할만한 책'이란 의미로서,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성서(Shepharim Kithbe Haqqodesh)를 간단히 '미크라'라고 부른다. 이슬람의 꾸란(Quran)과 그 뜻이 같다.

     

    ** 반면 예수의 말씀은 '새로운 약속', 즉 신약(the New Testament)이다. 유대인은 이런 점에 분노하는 것인데, 다만 자신들의 미크라가 이제는 이른바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기에 따지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자신이 쓴 회고록으로 인해 화제가 되고 있는 존 볼턴 전(前)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대부분의 지면이 그를 유대계 미국인, 혹은 유대인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그는 유대계 미국인이 아닌 인도계 미국인으로서 크리스천이다. 이번 회고록은 트럼프의 독선과 똥고집에 대한 비판이 주류지만 그의 족벌주의(nepotism)에 대해서도 못지않게 비판한다. 

     

    특히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쿠슈너가 백악관 선임고문(senior advisor)이라는 애매한 직함으로써 온갖 정책에 개입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는데 쿠슈너가 열렬한 유대교도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사람들도 대부분 유대교와 기독교가 사촌쯤되는 종교로 알고 있지만 두 종교가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을 안 후에는 오히려 불편해한다. 모르기 해도 재라드 쿠슈너 역시 볼턴이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일 것이다. 그들의 갈등 속에는 유대교와 기독교, 두 종교의 서로에 대한 배타성이 깔려 있음이다.

     

     

    백악관의 이방카와 쿠슈너 /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라드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 직함을 달고 여러 외교 현안에 개하며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그래도 지금은 직함이라도 달고 설치지만 전에는 그런 것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고 그랬다네요. -- ;;)
    이스라엘을 방문한 쿠슈너 / 특히 트럼프는 유대인이자 열렬한 유대교도인 쿠슈너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겼는데, 쿠슈너의 중동평화 구상안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역성들어 원성을 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것을 밀어부쳤던 바, 팔레스티안 서안지구(웨스트 뱅크)는 구멍 숭숭 뚫린 치즈덩이가 됐다.(☞ ' 여호와가 아브라함을 불러낸 진짜 이유 II ')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한 위 사진은 전세계 외신을 탔다.
    화제의 볼턴 회고록 / 또 볼턴은 회고록에서 쿠슈너가 자신이 관여할 권한이 없는 여러 외교 문제에 개입했다고 말한다. 쿠슈너 가족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조차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업무를 쿠슈너에게 맡기는 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타냐후는 "왜 쿠슈너가 키신저 같은 사람도 실패한 문제에서 자신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볼턴 회고록 한국관련 비하인드 스토리 / 작년 6월 30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오후 판문점에서 있을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준비하는 자리라 한미 양측에서 극소수만 참석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도중 트럼프가 앤서니 오르나토 비밀경호국 부국장보에게 손짓을 해 "왜 이방카와 재라드(쿠슈너)는 여기 없나"라고 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들어오게 하라고 시켰다. "한국 사람들조차 당황스러워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판문점의 쿠슈너와 이방카 / 두 사람은 이날 판문점까지 따라갔고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북한 땅까지 넘어 갔다 왔다.

    청와대 만찬장에서의 이방카 / 백악관의 진짜 실세 이방카는 2009년 유대인 재라드 쿠슈너와 결혼하며 장로교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이에 그녀는 마리 이바나 트럼프의 본명 외에 야엘이라는 유대식 이름을 갖게 되는데, 개종한 이유는 재라드의 아버지가 보수주의 유대교도(Modern Orthodox)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목사님들은 이방카가 독실한 기독교도라며 좋아한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유대교와 기독교를 구별조차 못하는 까닭이다.(☞ ' 성명서로 본 예수교장로회의 무지 ')
    트위터 사진/ 김정은은 종교 같은 것을 몰라도 두 사람의 갈등이 그저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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