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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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정 이정(李婷)의 마포범주(麻浦泛舟)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9. 3. 06:24
풍월정 이정(李婷)은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군호인 월산대군을 대면 거의가 알 터, 국어 교과서에 그의 시조가 실렸던 까닭이다. '가을 강에 밤에 드니'로 시작되는 아래의 시조인데, 그는 이 시조 이외도 한시 500수가량을 지은 다작(多作)의 시인이다.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낚시 드리오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그는 다작이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사신들을 놀라게 했다는 기록이 전할 만큼 기량도 빼어났다. 그래서 이정의 시는 명나라에도 소개되어 등에도 수록되어 전한다. 당시의 임금인 성종은 그가 죽자 유고를 수집케 하여 풍월정집(風月亭集)>이라는 문집을 간행했는데, 여기에는 이정의 시 488수를 포함, 성종이 찬한 '어제기존형화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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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이 암살당한 혜화동 로터리ㅡ그는 왜 살해당했나?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8. 31. 01:54
혜화동의 역사에 관해서는 이미 너 댓 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는데도 아직 쓸 말이 태산이다. 해방 후 격동의 역사가 숨어 있는 이승만의 집 이화장(梨花莊), 남로당의 거점이었던 박헌영의 집 혜화장(惠化莊)에 대해서는 아직 입도 못 뗐다.(박헌영에 대해서 쓰지 못한 것은 아직 그가 살던 혜화장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다. 그 적색분자에 대한 표석 같은 것을 세웠을 리도 만무하고) 그래도 언젠가는 쓰게 될 터인데, 아무래도 여운형의 일생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는 몽양(夢陽) 여운형이 암살당한 장소를 나타내는 표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 1947년 7월 19일 해방정국의 남한 정치지도자 여운형이 암살되었다. 그는 그 이전 이미 10여 차례의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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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로 보는 금호문 사건과 송학선 의사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8. 27. 05:45
1920년 9월 2일, 당 65세의 강우규 의사는 조선의 3대 총독으로 부임해 오는 사이토 마코도를 남대문역(지금의 서울역) 입구 광장에서 저격했다. 저격 수단은 영국제 폭탄으로, 자신이 독립운동을 하던 중국 만주에서 러시아 군인에게 직접 구입한 물건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부임식을 마치고 관저로 향하는 사이토의 마차를 향해 힘껏 폭탄을 던졌으나 그 일행만을 살상시켰을 뿐 정작 사이토 총독을 죽이지는 못했다. 폭탄이 마차 뒷 부근에 떨어지는 바람에 혁대에 폭탄 파편이 박히는 선에서 끝나고 만 것이었다. (☞ '화보로 보는 서울역과 강우규 의사의 의거') 그로부터 5년 여가 지난 1926년 4월 28일, 이번에는 한 건장한 조선인 청년이 사이토를 노렸다. 장소는 서울 창덕궁 금호문 앞이었고 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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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두법 실시 후 도피한 지석영과 대한의원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8. 26. 08:59
천연두는 1976년을 마지막으로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질병이 되었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 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고자 노력해왔던 세계보건기구(WHO)의 최대 성과라 할 만한 일로서, WHO는 1999년 6월 30일 공식적으로 천연두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 가히 질병에 대한 인류의 승리라 부를 만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우한 폐렴 찜쪄먹을 역대급 전염병(IV) - 천연두'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천연두란 질병의 공식 명칭은 '두창(痘瘡, smallpox)'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마마' 또는 '손님'으로 불렸다. 그래서 내 어릴 적만 해도 어깨의 우두 접종 자국을 흔히 마마 자국으로 불렀고, 얼굴의 약간의 곰보 자국도 마마가 스쳐간 흔적이라 표현했다. 또 마마 자국이 심한 사람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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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물난리와 을축대홍수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8. 21. 10:11
8월 늦장마에 서울을 할퀴고 가더니 지금은 충청도 지방을 헤집고 있다. 그동안 행정당국에서 나름대로 치수(治水)를 했을 텐데 이처럼 큰물이 지나간 후에는 늘 무력감을 느낀다. 잠시 내려갔던 장마전선이 주말에 다시 북상한다는데 참으로 전에 없던 사태라 지구의 기후변화를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강남역이 잠기려나? 지난주 월요일 비 오는 강남역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져 계단 모서리에 등을 찧었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 2개가 금 갔단다. 여러모로 자세가 안 나와 (특히 잘 때) 고생하고 있는데 그래도 뒤통수를 부딪히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위안하고 있다. 비단 강남역뿐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날 일대는 정말로 난리였다.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지역이니 물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인데,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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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대사의 변곡점 신익희 후보 서거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8. 18. 22:58
서울 강동구 강동역에는 구리빛 찬연한 동상이 하나 서 있다. 해공(海空) 신익희 선생의 동상이다. 지금 세대에게는 무척 낯선 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선생은 격동의 시기 1894년에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해 갑오개혁과 동학혁명과 청일전쟁이 있었다) 일본 와세다대학에 유학해 신문물을 익힌 그는 3.1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후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대한민국 임시헌법을 기초하고 임시정부의 초대 대의원과 초대 내무차관을 지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요직을 거치며. 독립에 헌신했다. 그의 임정 활동에 있어 특징적인 것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은 평화적인 방식을 표방하되 실질적으로는 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그래서 그는 중국 각지를 돌며 한국청년들에 의한 군대조직을 만들려 애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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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남은 박길룡의 건축물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7. 31. 06:30
앞서 김동진이라는 건달이 같은 조직원인 이석재에 총을 맞은 종로 3가 단성사(團成社) 극장을 언급하며 당시의 사진을 실었다. 그러면서 "왠지 예술관의 품격이 느껴진다"'고 말했는데, (☞ '시라소니 린치사건의 진실 III - 동대문사단 이정재') 말이 나온 김에 단성사 극장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목적이 있었으니, 혹시 그 건물이 건축가 박길룡의 작품이 아닐까 해서였다. 어쩌면 박길룡의 작품을 하나 발굴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지만 기대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1907년 서울의 소상공인 지명근·주수영·박태일 등이 공동 출자하여 세운 상업 영화관 단성사 목조 2층 건물은 설계자가 명시될 정도의 건물이 아닌 듯했는데, 다만 무대 설치와 설비 등의 제작은 진고개 일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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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고개 넘어 서울대병원으로 진격한 북한군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2. 7. 18. 20:18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의 기습공격으로 6.25전쟁은 시작됐다. 이후 서부지역은 황해도 옹진반도, 개성·장단·연천지방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그때는 이곳이 모두 3.8도선 안에 속한 남한의 영토였다) 하지만 워낙에 방비가 미약했던 탓에 방어선은 곧 무너졌고 문산·동두천·포천·의정부지역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말았다. 북한군은 1950년 6월 28일 새벽 1시경 미아리 최후방어선마저 뚫고 서울로 진입했다. 전쟁 개시 불과 3일도 안 돼 수도 서울에 북한군이 들어온 것이었다. 가까워지는 포격 소리에 이미 장안은 공포의 도가니가 되어 피난민이 몰리기 시작했으나 피난길은 여의치 않았다. 한강다리가 6월 28일 새벽 2시 40분경 폭파됐기 때문이었다. 북한군이 미아리고개를 넘어선 지 2시간도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