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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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기에이아는 왜행성의 자격이 있을까?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9. 11. 17. 20:59
히기에이아는(Hygiei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이다. 세상에 건강만큼 중한 게 없으니 히기에이아는 비중있는 여신으로 등장해야 옳을 터,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미하며 위치 또한 다분히 애매하다. 그 히기에이아는 천문학에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의 이름으로 붙여졌는데,(천문학에서는 영어 Hygiea로 등록됨) 이번에도 그 위치가 좀 애매하다. 어중간한 크기와 모양 때문으로, 히기에이아를 소행성으로 놔둬야 될지 아니면 명왕성이나 에리스 반열의 왜행성으로 격상시켜야 될지 갑론을박이 치열하다.('천문학 네이처') 히기에이아의 조각상 히기에이아의 위치 그 진원을 따지자면 역시 명왕성의 퇴출로부터이다. 명왕성의 발견에서부터 태양계 행성군(群)에서 쫓겨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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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끝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9. 11. 17. 06:59
뉴호라이즌스 호의 소식만 기다리다가 보이저 호는 아예 뇌리에서 잊혀졌었다. 그런데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2호에서 지난 11월 5일 자신이 태양계 끝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물론 나는 뉴스를 듣고 알았다. 그런데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의 가장 바깥 지대인 성간우주(星間宇宙), 즉 인터스텔라에 진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8년 11월 5일이었다. 보이저 2호는 그때부터 관측자료를 보내왔을 텐데 일반에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고 NASA의 과학자들만 받아보다가 그 자료들을 분석한 연구논문 5편을 발표하며, 보이저 2호가 태양계의 끝 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더불어 공개한 것이었다. 발사되는 보이저 2호1977년 8월 20일 2시 29분 00초 케이프 케네버럴 기지에서 타이탄 3E 센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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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페이스 볼(Mystery Space ball)의 정체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9. 2. 1. 23:58
지난 12월 14일, 아프리카 나미비아 공화국 북서부의 시골마을(Omusati 지역, Outapi 인근)에서 직경 1.1m, 무게 6kg의 정체불명의 금속성 구체가 발견됐다. 이른바 스페이스 볼이라고 불리는 미확인 물체였다. 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자면 하늘에서 물체가 떨어진 그날, 그곳으로터 3km 떨어진 상공에서 몇 차례의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고 하는데, 그날이 발견일로부터 5일 전이었으므로 물체가 낙하한 날은 12월 9일이 되겠다. 아울러 같은 지점에서는 3.8m 넓이의 분화구도 살필 수 있었다고 하는 바, 그 규모로 볼 때 물체가 낙하한 곳은 그리 높지 않은 상공임을 알 수가 있다.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스페이스 볼 사람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가운데, 이를 분석한 나미비아 경찰국 소속 국립법의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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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베들레헴 별'의 정체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12. 3. 16:32
예수 탄생 때 뜬 베들레헴의 별에 대해서는 '예수 탄생 때 출현한 베들레헴 상공의 UFO'에서 언급한 바 있다. 소제목 그대로 그 별은 UFO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간 과학자들은 그 별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번에도 역시 앞서 게재란 그림 하나를 다시 올리며 글을 시작해보겠다. 위 그림은 중세시대의 유명 화가 지오티 디 본도네(1267-1337)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작품이다. 예수 탄생 때 뜬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멀리 동방에서 찾아온 세 명의 박사(천문학자)들이 별이 머문 곳(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렸다는 성서 마태복음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림에는 바로 그 별이 그려져 있는데, 혜성 같기도 하고 UFO 같기도 하다. 일전 언급한 대로 예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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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호의 새로운 소식?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6. 2. 23:59
한국 시간으로 어제 아침, 뉴호라이즌스 호가 보낸 사진이 떴다는 소식에 화득 잠이 깼다.(야행성이라 아침에는 사실 힘들다) 컴퓨터를 켜는 그 짧은 시간에도 별별 상상이 떠오르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무엇보다 먼저 떠오는 생각은 명왕성 밖 카이퍼 벨트에 산재해 있을 아름다운 별별 모양의 소행성의 모습들과, 뉴호라이즌스 호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잘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이었다.(내가 알고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의 카이퍼 벨트 도착 예정일은 6월 4일이었다)* * 뉴호라이즌스 호와 카이퍼 벨트에 대해서는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 카이퍼 벨트와 소행성 명왕성의 궤도(노란색 타원) 카이퍼 벨트와 명왕성(근접 상상도) 소행성 명왕성과 그 바깥에 존재하는 카이퍼 벨트 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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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와 그리니치 천문대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5. 26. 08:00
1. 스톤헨지 영국의 스톤헨지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석(巨石) 유물일 것이다. 런던 서쪽 약 130km 지점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이 환상열석유적(環狀列石遺跡)은 누구든 보는 이를 압도한다. 스톤헨지 유적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높이 4미터, 무게 25~30톤의 거대한 돌들을 언제, 누가, 왜 이 허허벌판에 세웠는가를 궁금히 여기지 않을 수 없다.(더욱이 그 주변에는 돌을 채석할 만한 곳도 없다) 이 거석 유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첫 조사는 17세기 초 영국왕 제임스 1세 때 이루어졌는데, 칙령을 받은 건축가 조운즈는 스톤헨지를 고대 로마인이 건설했다고 보고했다. 물론 그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었지만 딴은 이해도 갈 일이었다. 로마제국이 브리튼 섬을 점령하기 이전에 살았던 고대 켈트인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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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름다운 천문대 (I)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5. 16. 07:41
스페인의 로케데도스 무차초스 천문대 (Observatorio del Roque de los Muchachos)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라 팔마 섬에 있는 해발 2,400m 고지의 천문대로 흔히 ORM으로 불린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와 함께 북반구에서는 가장 관측 조건이 좋은 곳으로, 유럽북방천문대(ENO) 소속 17개 나라, 60여 개 과학기관의 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주 망원경인 17m 매직 망원경과 10.4m 카나리아 대망원경 외에 INT(아이작 뉴턴 망원경)와 WHT(윌리엄 허셜 망원경) 등 20대의 망원경이 운영된다. 2016년 기술과 재력을 앞세운 일본이 이 천문대에 23m 직경의 LST(Large Size Telescopes) 4대를 설치하기로 스페인 정부와 합의했는데, 이 망원경은 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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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망원경의 원리와 역사(I)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5. 12. 06:12
고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천문학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은 이미 여러 장에 걸쳐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선진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선도하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 중의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망원경의 부재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리의 제조 기술이 없었던 반면 서방 세계에서는 시리아에서 시작된 소다석회유리 계열의 대롱불기 유리제조법이 들어와 기원후 1세기경의 로마제국부터는 그릇 등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름하여 '로만 글라스'로, 앞서 말한 황남대총 등에서 출토된 유리병과 유리잔도 귀한 수입품인 까닭에 사용자와 함께 묻힌 케이스였다. 경주 황남대총 출토 유리잔(사진출처: 문화재청) 하지만 유럽에서도 그 시절부터 유리 렌즈가 달린 망원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