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신통기(新 神統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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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이 무교나 도교로 승화되지 못한 이유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2. 4. 24. 21:24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소설 중에 원말명초(元末明初)의 작가 나관중(羅貫中)이 쓴 가 있다. 버전도 다양하고 각 버전마다 나름대로의 개성과 재미를 지니고 있는데, 크게 이탁오(李卓吾) 본과 모종강(毛宗崗) 본이 양대 산맥을 이룬다. 우리나라 작가가 번안한 도 대개 이 두 개 중의 하나를 모본으로 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는 모종강본에 작가 특유의 서사를 얹었다. 일본 작가 요시가와 에이지(吉川英治)의 글을 베낀 것도 드물지 않은데, 특히 요즘 학생들이 에 달통해 놀란 바 있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일본의 코에이가 만든 삼국지 게임에 탐닉한 까닭이라 쓴웃음이 지어졌다. 본론을 말하자면, 각 버전의 서두는 모두 달라도 기본은 황건적의 난을 바탕에 깔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요시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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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도교, 도사 & 삼청동 소격서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2. 4. 1. 23:58
굳이 현실정치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금번 대선 과정에서 무속이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무속은 미신이요, 멀리해야 마땅한 저속한 것, 여전히 미개함을 벗어나지 못한 샤머니즘 계열의 열등한 사이비 종교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래서 그 같은 취급에 열받은 전국의 무속인들이 모여 항의 시위를 가지기도 했지만 별 효과도 없었고 주목받지도 못했다. 그것이 오늘날 무속의 현실이다. 반면 중국의 무속은 샤머니즘을 벗어나 종교로서 자리를 잡았다. 이른바 도교라는 것으로, 황제(黃帝)와 노자를 교조로 무위자연과 불로장생을 추구한다. 일본 역시 신도(神道)라는 범신론적 사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인도의 경우는 힌두이즘이라는 다신론적 신앙으로 승화시켰다. 중국의 도교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어 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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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이승훈의 배교의 변명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2. 3. 11. 05:29
이승훈은 정조 7년 청나라 사신으로 북경에 간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1784년 2월, 북경 북천주당(北天主堂)에서 루이 그라몽(染棟材)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아 이 땅 최초의 세례 교인이 되었다. 앞서 '천로역정에 섰던 두 사람, 이승훈 베드로와 이벽 요한'에서 말한 것처럼 이승훈은 이벽에게서 천주교를 처음 접했고, 그의 권유에 따라 북경에서 프랑스 신부를 만나 세례까지 받은 것이었다. 이승훈이 돌아오자 이벽은 자신의 집에서 거꾸로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 세례를 받았다. 이때 남인 계열의 양명학자 권일신과 이승훈의 처남인 정약용도 세례를 받았는데, 이후 수표교 근방에 있던 이벽의 집은 천주교 포교의 근거지가 되었고 그들이 전도한 사람들의 모임터가 되었다. 청계천 수표교 위에 천주교 단체에서 '한국 천주교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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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과 신앙, 그 믿음의 허실(3)ㅡ가스라이팅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10. 14. 08:44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심리적 조작을 통해 타인의 인지능력을 흐리게 만듦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지배력을 잃고 가해자에게 조종당하게 되는 (혹은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되는) 일을 말한다. 이 말은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1944년 미국 영화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한 말로, 까닭에 가스등 효과 또는 와사등(瓦斯燈=가스등) 효과로도 불린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는데, 최근 서예지라는 여배우가 어떤 남자 연기자를 '가스라이팅'한 사실이 매스컴을 타며 일약 유명해진(?) 어휘이다. 엊그제(2021. 10. 06) 뉴스에서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인 30대 A 씨가 중학교 3학년 때이던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가해자인 학원 원장 B(여·55) 씨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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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과 신앙, 그 믿음의 허실(II) ㅡ 바넘 효과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10. 8. 08:32
피니어스 바넘(Phineas T. Barnum)이 서커스단의 마술사를 넘어 초능력자로 변신하게 된 데는 오랜 직업으로써 터득하게 된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 외에 강한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다. 그는 누구와 상대하든 주눅 들지 않고 제 주특기인 독심술을 선 보였다. 물론 그것은 초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트릭도 아니었으니, 그의 독심술에는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아래와 같은 속임수도 없었다. 정말 감쪽같이 속이는 대단한 마술사를 본 적이 있는가? 예컨대 데런 브라운, 제이미 이언 스위스, 데이비드 코퍼필드, 제임스 랜디, 펜 & 텔러 같은? 너무 감쪽같아서 여러분은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저건 기적임이 틀림없어.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돼." 하지만 그 마술사가 정직하다면 여러분에게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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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과 신앙, 그 믿음의 허실(I)ㅡ인트로듀스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10. 4. 13:18
지난 1일(2021. 10. 01) 유력 일간지 2곳에 실린 어떤 교회의 전면광고가 인터넷 각 포털 뉴스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교회의 목사는 이미 폭력행위처벌법상의 특수폭행죄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데, 사회적 비난이 잠잠해지자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해 교회의 목사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 만행이 두 차례 고발되면서 세인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거기에서 보여준 '타작마당'이란 이름의 신도 폭행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니 목사가 신도들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댔을 뿐 아니라 '타작기계'라 불리는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의식도 방영되었고, 심지어는 엄마가 딸의 따귀를 때리고, 딸이 엄마의 따귀를 때리는 패륜적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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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라투스트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9. 2. 06:03
조로아스터교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단어 자체는 낯설지 않으니 바로 페르시아인 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종교의 영어명이 조로아스터(Zoroaster)인 까닭이다. 읽어본 사람은 드물어도 제목을 모르는 사람 또한 드문 (Also sprach Zarathustra 알조 슈프라흐 차라투스트라)라는 책의 주인공인 바로 그 사람이다. 페르시아어 원어 발음도 독일어 차라투스트라에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책에서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언급은 없다. 1980년대 대한민국에 잠깐 실존주의(Existentialisme) 열풍이 분 적이 있다. 물론 그 바람의 진원지는 대학가였고, 열풍은 학교 주변 커피숍 찻잔 속에서만 소용돌이치다 사라졌지만, 이후로는 그만한 바람이 분 적 없었으니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와 키르케고르의 실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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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선·악의 뿌리 조로아스터교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1. 9. 1. 00:15
사건 1. 2020년 11월 포스팅한 "프레디 머큐리와 조로아스터교, 그리고 기독교"라는 글이 얼마 전 '청소년 유해정보'라는 이유로 로그인 제한 조치를 받았다. 무슨 영문인가 해서 티스토리 측에 두 차례 이유를 물었다. 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 글의 무엇이 문제인지 재차 문의 드립니다. 굳이 짐작을 하자면 조장(鳥葬)의 사진을 게재한 것인데, 본문에서도 말했거니와 이는 단지 문화적 차이일 뿐, 풍장이나 조장은 조로아스터교나 티벳불교에서는 오히려 성스럽게 여기는 장례법입니다. 살아생전 조류 등 자연의 육류를 섭취한 인간이 죽을 때 그 육신을 자연에 돌려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진에서처럼 가족들이 망자의 시신을 새들이 먹기좋게 쪼개 놓기도 합니다.(종교적으로는 영혼이 새의 날개에..